李, ‘상호주의’ 내세우며 사안별 ‘유연성’ 보일듯

19일 대선 투표 결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17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번 대선에서 ‘BBK의혹’ 논란으로 정책 대결이 실종되면서 대북정책 공방이 부각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북정책을 두고 이회창 후보와 보수 분열이 야기됐고, ‘정상선언 이행’과 ‘북핵 불능화’ 같은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눈 앞에 놓여 있어 당선자의 행보에 적지 않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 동안 이 당선자는 ‘북핵폐기’를 전제로 한 경제협력 비전 제시에 주력했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MB 독트린’ ‘비핵∙개방∙3000’ 구상과 ‘나들섬 프로젝트’ 등을 잇따라 내놓았다.

특히 실용주의 원칙에 입각한 경제 마인드를 통일∙외교 정책에도 반영한 ‘비핵∙개방∙3000’구상이 이 당선자의 대북정책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북핵 폐기와 개혁 개방을 유도하는 대북정책을 추진,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북한의 국민소득을 3000달러로 증대시키겠다는 것이 핵심 구상이다.

이 당선자는 필요하다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남북관계를 논의하겠다는 접근의 유연함도 보이고 있다. 그는 “남북간에 가장 큰 문제는 북핵 폐기지만 북한이 실질적으로 핵을 폐기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면서 “그렇다면 북한 핵이 폐기될 때까지 남북관계가 단절돼야 하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북핵 폐기 전에도 남북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대화와 인도적 지원은 계속 해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당선자는 북한이 비핵화 결단을 내렸을 때 본격적인 대북지원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 당선자는 “‘비핵개방3000’은 북한이 개혁 개방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그 열매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한다”, “‘비핵개방3000’구상은 원칙 없이 북의 요구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북한 스스로 전략적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비핵개방3000’은 북한 정권이 아니라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인도적 지원도 북핵 폐기와 병행해 진행할 뜻을 밝히는 등 상호주의 원칙을 분명히 했다. 특히, 북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햇볕정책’은 북한에 끌려다니는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납북자 문제에 대해서도 생사확인과 상봉을 적극 추진, 조속히 귀환시키는 정책을 밝히고 있다. 지난 6일 통일∙외교 분야 대선후보 합동TV토론회에서 6일 “인도적 지원은 계속해야 하지만 이산가족 문제, 국군포로 문제, 납북자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북 인권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지난 5일 한 NGO단체의 질의에 “남북관계가 다소 불편해지더라도 북한 인권문제는 시급하기에 해결에 노력하겠다”며 “핵문제와 남북한의 전반적인 관계를 안중에 두면서 인권문제의 진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유엔인권결의 기권에 대해 이명박 후보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처럼 향후 대북정책의 변화를 분명히 밝히고 있어 ‘햇볕정책’과의 차이는 분명해질 전망이다. 다만, 유연성과 실용주의를 강조하고 있어 대북 강경노선을 강조하는 당안팎의 비판세력과의 조율이 필요하다. 이미 당안팎으로부터 ‘MB식 햇볕론’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당선자는 “정형근 의원이 내놓은 신대북정책 ‘한반도 평화비전’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이 채택할 수 없는 안”이라며 보수세력의 비판 무마에 나선 바 있다.

더불어 참여정부와 여당 등의 평화공세의 파고도 넘어야 한다. 이들은 ‘2007 남북정상선언’이행을 강하게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당선자는 “정상회담 합의사항에 대해 조목조목 재검토하겠다”고 분명히 했다.

반면에 10년간 계속된 대북정책을 한꺼번에 바꾸기 어렵다는 현실론도 적지 않다. ‘철저한 상호주의’를 고집할 경우 10년 햇볕정책을 우호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중도층의 반발도 예상된다.

따라서 햇볕정책과 차별성을 강조하며 ‘상호주의 원칙’를 표방하겠지만 사안별로는 당분간 남북 협력과 지원에 유연한 자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일부에서는 대북정책의 방향을 세부적으로 조율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려대 유호열 교수는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이 당선자는 북핵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둘 것”이라며 “6자회담을 통한 해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지만 미국과 긴밀한 협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전략이 북한과의 관계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북핵 불능화에 대해 소극적으로 나오지 않는 한 차기 정부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북경협에 대해서는 “금강산, 개성공단을 그대로 추진하겠지만 2007정상선언 합의사항에 대해서는 비용문제 등을 재검토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상당한 시간의 조정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경협은 북핵문제의 진전과 사업의 타당성을 심도 있게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정책을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先비핵화를 전제하면서 인도적 지원과 경협 등은 참여정부와 같은 방식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 교수는 “인권문제 등은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큰 틀에서 다시 강온양면정책으로 간다든지 냉전적 정책으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미북관계가 진전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 우리 정부만 소외될 수 있어 정책선택의 폭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