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남북대화 제안에 北 “가소로운 잔꾀에 불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이명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남북 간 전면적 대화를 제안한 것에 대해 “지금까지 아래 것들이 떠들어오던 것을 되풀이 한 것으로 논할 일고의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북한 온라인매체인 ‘우리민족끼리’에 따르면 노동신문은 “결국 괴뢰역도가 이번에 ‘전면적인 대화재개’를 운운하였지만 그것은 속에 없는 빈말이며 그들의 대결적인 대북정책에서 한치도 달라진 것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시대의 흐름과 민족의 지향과 요구에 더욱 더 악랄하게 도전해 나서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시정연설을 통해 이명박 역도의 반통일적 입장과 대결적 정체가 더욱 똑똑히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6·15와 10·4선언 이행을 북측과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천명한 것과 관련, “더욱이 간과할 수 없는 것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입장을 명백히 밝히지 않고, 그것을 과거의 북남합의들과 뒤섞어 어물쩍하여 넘겨버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의 이 같은 반응은 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후 이틀 만에 나온 것이다.

매체는 이 대통령의 제안은 “(6·15 및 10·4) 선언의 의의를 약화시키고 그 이행을 회피하려는 가소로운 잔꾀에 지나지 않는다”며 “북남선언들과 합의들을 어떻게 이행해 나갈 것인지 ‘진지하게 협의할 용의’가 있다느니 뭐니 했는데 실천방도까지 다 마련되어 있는 선언을 제쳐놓고 또 무슨 협의가 필요하단 말인가”라고 반박했다.

또한 “이명박은 누구에게도 통할 수 없는 서툰 말장난을 그만두고 온 민족 앞에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입장부터 명백히 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 대통령의 “선언의 시대를 넘어 실천의 시대로 나가야 한다”는 언급에 대해서도 “북남선언들을 뒤집어엎고 6·15 이후 북남사이에서 이룩된 성과들을 백지화하며 북남관계를 딴 데로 끌고 가 보려는 고약한 심보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북남선언들을 부정하면서 ‘실천의 시대’를 떠드는 것은 자가당착이고 말도 안 되는 궤변”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북핵 해결이 선결과제”라고 강조한 것에 대해 “과거의 주장을 다시 들고나온 것”이라며 “범죄적인 비핵·개방·3000을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을 뿐 그것을 보다 악랄하게 추구해 나가려 한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북한의 총격 피살 사건을 보고받고도 그런 연설을 한 것은 큰 틀에서 남북 대화가 진행돼야 한다는 대승적 결단에 따른 것”이라며 “북한의 일방적 폄하는 적절치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직 북측이 (수용할 만한) 준비가 덜 돼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