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朴후보, 대북정책 수행방법론 말할 때 됐다

19일 한나라당 대선후보들은 통일외교안보 분야 정책 토론을 벌였다.

통일외교안보 분야는 우리를 둘러싼 ‘바깥의 문제’를 모두 포괄하는 분야이다. 이론적으로는 미국이나 북한뿐 아니라 일본 중국 러시아에 이어 유럽 호주 인도 중동 아프리카 문제까지 다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와 직접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주변국이 가장 중요하고, 그중에서도 역시 미국, 북한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책토론에서 북한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등장한 것은 이상할 게 없다. 또 한반도의 평화를 깨뜨리는 직접적인 요인이 된 핵문제가 쟁점이 된 것도 자연스럽다.

그러나 대북정책의 목표 자체가 북핵 폐기에만 두어져서는 안될 것이다. 대북정책의 목표는 북한의 개혁개방과 민주화, 인권실현 그리고 한반도 평화정착과 평화통일이다.

따라서 대북정책을 둘러싼 정책토론은 대북정책의 목표에 맞게 전개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이번 토론회에서 북한의 개혁개방과 민주화, 인권실현이라는 대북정책의 거시적인 부분에 대한 후보들의 철학과 정책이 주요 쟁점이 되었다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핵문제가 많이 등장한 느낌이다.

북한의 핵은 대북정책의 목표를 수행해 가는 과정에서, 특히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정착을 위해 반드시 폐기돼야 할 하나의 대상이다. 물론 북핵문제는 이미 세계적인 이슈가 된 중요하고 화급한 문제임에 틀림이 없으나, 그 자체가 대북정책의 목표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박근혜를 비롯한 후보들이 핵문제 외에도 북한 개혁개방과 민주화, 인권실현이라는 대북정책의 ‘철학’과, 이를 수행할 합리적인 방법론을 중심으로 논의를 제대로 전개하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다.

사상전, 외교전 안목 아직 안 보여

그러나 후보들의 정책의 차이, 특히 외교안보분야에 대한 인식의 수준 차이는 대체로 드러난 편이었다. 미안한 표현이지만 고진화 후보 같은 ‘수준미달’도 있었고, 홍준표-원희룡 같은 중간급의 수준도 있었다. 예를 들어 우리 헌법 제3조 영토조항과 관련하여, 헌법을 개정하는 문제와 북한의 국가실체 인정여부가 반드시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홍후보는 영토조항을 문제삼아 이른바 ‘논리적’으로 볼 때는 개정하는 것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다른 후보를 몰아부쳤다. 법률가 출신다운 생각인지는 몰라도 외교관계를 아는 정치인다운 생각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후보들의 통일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자기 철학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특히 이날 토론 전에 이주영 정책위 의장이 나와 한나라당의 대북기조를 발표하여 주목을 끌었는데, 이 의장은 ‘핵 없는 한반도’ ‘상생 한반도’ ‘인권존중 자유평화 한반도’로 정책 기조를 요약했다.

이명박 박근혜 후보는 대체로 당의 대북기조를 유지하면서 정책 토론에 임했다.

이, 박 후보는 공히 ‘한반도 경제공동체’ 개념을 도입하고 남북문제에서 경제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는데, 지금의 북한 체제는 근본적으로 경제우선주의 사회가 아니라 사상 정치군사 우선의 사회라는 사실에 아직 주목을 돌리지 못하는 듯했다.

북한체제가 시장경제 사회와 달리 사상정치군사 우선이라는 데 주목을 돌리고, 사상전(思想戰), 외교전의 방향에서 대북전략을 내놓는 후보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이, 박 후보가 ‘원칙있는’ 또는 ‘상호주의’라는 이름으로, 대북지원 등을 북한이 핵폐기 과정의 약속을 지키는 것과 연계하자는 입장이어서 기존 포용정책과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명박 “이산가족 자유왕래하자”

이 명박 후보는 북한의 변화와 개방을 이끌어낼 수 있는 원칙있는 포용정책을 주장했다. 북한을 국제사회의 협력으로 개방으로 이끌어내야 하며, 김정일에게 개방으로 나오라고 촉구했다.

그는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개방하면 철도, 항만, 고속도로 등 인프라 확충이 이루어질 것이고, 남북 공동으로 한강 하구 800만평 부지를 조성, 남북경제협력의 새로운 장으로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하면 10년 안에 북한 경제가 1인당 국민소득 3천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비핵 개방 3000’구상으로 표현했다.

그는 또 핵문제 해결 이전이라도 천만 이산가족 자유왕래를 실현하고 당장 70세 이상 이산가족부터 자유왕래하자고 제의했다.

아울러 남한이 인도적 차원에서 쌀과 비료, 의료품을 지원하면, 북한도 국군포로와 납북자에 대해 인도적 협력을 해야 한다고 상호주의를 강조했다.

비핵화 이후 다자간 협력을 통해 ‘동북아 경제안보공동체’창설을 제안하기도 했다.

박근혜, 3단계 통일론 주장

박근혜 후보는 ‘원칙의 대북정책, 신뢰의 외교정책’으로 요약했다.

이번 토론에서 박후보는 외교안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인물로 자신을 부각시키는 데 비교적 성공한 편이었다. 그는 “외교의 틀을 국익 중심으로 새롭게 바꾸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과 신안보선언을 통해 한미동맹을 21세기에 걸맞는 가치동맹, 경제동맹, 포괄적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를 정착시키고, 남과 북의 7천만 겨레가 자유와 번영을 누리는 통일을 지향하겠다고 말했다.

박후보는 특히 3단계 통일 추진을 주장하며 ▲ 핵무기를 완전 제거하고 군사적 대립을 해소하는 평화정착의 첫 단계 ▲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구축하는 경제통일의 두 번째 단계 ▲ 자유, 인권, 복지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실현하는 정치통일 단계로 나눴다.

박후보는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완전 제거해야 하며, 국제공조로 비핵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원칙있는 대북정책’을 내놓고 “원칙있는 상호주의로 북한의 개혁 개방을 유도하고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쌍방토론에서 고진화 후보가 “박후보는 2002년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고 와서 ‘김위원장은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박후보는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며 “네거티브 하지 말라”고 역공세를 취하기도 했다.

이밖에 홍준표 후보는 “달라진 우리의 국가 위상에 걸맞게 자주외교 노선을 강화해야 한다”며 “실질적인 자주”를 주장하면서 “반기문 사무총장을 UN 한반도 특사로 활용하자”고 제의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은 이, 박 후보가 그런대로 일정한 수준을 보여주며 정책 토론에 임했고, 홍 원 고 후보는 아직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 박 후보도 총론에는 모두 ‘좋은 말’을 많이 했으나, 실제 실현방법론에서는 깊이 있게 들어가지 못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