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스마트 파워’ 외교 천명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후보자는 13일 군사력과 경제제재 등 `하드 파워’와 정치.외교.문화적 접근 등 `소프트 파워’를 접목시킨 `스마트 파워’ 외교를 미 차기 행정부의 새로운 대외정책 기조로 제시했다.

힐러리 후보자는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청문회에 출석, “우리는 외교, 경제, 군사, 정치, 법률, 문화 등 모든 수단 가운데 상황에 맞춰 올바른 수단, 또는 개별 수단의 조합을 구사하는 `스마트 파워’를 사용해야만 한다”면서 “`스마트 파워’에서는 외교가 대외정책의 최우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힐러리는 “외교는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가 열심히 한다면 외교는 작동할 수 있다”며 “외교는 긴장을 완화시키는 것은 물론 우리의 안보와 국익, 가치를 진전시키는 결과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교정책은 경직된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원칙과 실용주의의 결합에 바탕을 둬야 하며, 감정과 편견이 아닌 사실과 증거에 뿌리를 둬야 한다”고 강조, 대량살상 무기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채 이라크전을 강행한 조지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나 힐러리는 “외교는 현명한 접근방법이기 때문에 이를 주도적으로 구사해 나갈 것이지만, 때로는 군사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미국민과 미국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필요할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군사력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 힐러리는 “북한의 핵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시급성을 갖고 행동할 것”이라며 “시리아 등에 대한 북한의 핵기술 이전 의혹 등을 중단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6자회담 문제에 대해서는 “나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6자회담이 북핵문제를 종식시키는데 있어 장점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6자회담은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는 매개체”라고 평가했다.

또 그는 “현재 북한과 진행해 온 협상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며 “우리의 목표는 북한의 핵을 종식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힐러리는 이란 핵문제의 해결방안과 관련, “우리는 테이블에서 어떤 옵션도 내려놓지 않을 것이지만, 이란이 핵보유국이 되지 않도록 하는데 있어 아마도 오바마 정부는 새롭고도 (부시 정부와는) 다른 접근방법을 쓸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힐러리는 “미국은 한국, 호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의 우방들과 중요한 경제, 안보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하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파트너 및 아시아의 우방과 동맹을 강화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힐러리는 중동문제에 언급, “외견상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같기는 하지만, 중동의 평화문제를 포기할 수는 없다”면서 “이스라엘의 진정한 안보 및 주변국과의 긍정적이고 정상적인 관계는 물론 팔레스타인의 진정한 안보는 앞으로도 미국이 추구하는 목표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힐러리가 상원 인준청문회를 통과하게 되면 매들린 올브라이트, 콘돌리자 라이스에 이어 3번째 여성 국무장관이 된다. 또 힐러리는 역대 퍼스트레이디 출신 외교수장에 오르는 기록도 세우게 된다.

이날 청문회에는 힐러리의 외동딸 첼시는 참석했으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단 후원금 모금활동과 관련한 질의를 의식한 탓인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또 차기 국무부의 대북특사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웨디 셔먼 전 대북정책조정관도 참석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