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선 도보체험 나선 헌병 트리오

근속 30주년을 맞은 동갑내기 헌병 준사관(준위) 3명이 휴전선 155마일을 따라 직접 도보체험에 나서 이목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국방부 합동조사단 김경렬, 윤병록 준위와 육군 56사단 이수환 준위(이상 52세).

이들은 올해 4월 근속 30주년을 맞아 의미있는 일을 찾다가 휴전선 155마일을 직접 도보로 체험하며 그동안 군인으로 걸어온 삶을 되돌아보고 남은 군 생활을 위해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로 한 것.

이들은 마냥 휴가를 낼 수도 없어 이달부터 군에서도 본격 시행한 ‘주 5일제 근무’에 따라 주중에는 근무를 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을 활용키로 했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 행군을 한 뒤 특정 지점에서 일단 종료한 후 한 주 뒤 종료 지점부터 다시 체험을 시작하는 방식을 택했다.

비록 모두 군인 신분이긴 하지만 이들이 휴전선 155마일을 따라 도보체험을 시작하는데는 어려움도 많았다.

우선 소속부대 지휘관은 물론, 합동참모본부로부터 ‘전방 철책선 탐방계획 협조’ 승인을 얻어야 했으며 육군 제1.3군사령부와 예하 군단.사단의 철저한 작전통제를 따라야 했다.

이들은 이 같은 사전 승인을 거쳐 7월3일 오전 5시45분부터 동부전선 최북단 해안과 육지의 접경지역인 제 ○○초소에서부터 서해전선을 향해 총 6주 계획의 첫 도보체험을 시작했다.

31℃를 넘는 폭염과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가파른 오르막 계단, 때로는 눈 앞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굵은 장대비만 이들을 맞을 뿐이었다.

익숙지 않은 전투화 탓에 발바닥에 불이 나고 숨이 턱턱 막혀오자 “이걸 왜 시작했나”는 후회가 밀려온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땀에 흠뻑젖은 전투복에 무거운 배낭까지 지고 가는 ‘처량한’ 이들의 모습을 지켜본 한 GOP(전방관측소) 대대장은 “특전사 근무시 여섯 번이나 천리행군을 해봤지만 이런 정도는 아니었다”며 “삼복더위에 이런 계획을 세운 사람이 누구냐”며 애정어린 질타도 아끼지 않았다.

김 준위 등은 도보체험을 하며 최전방 철책을 지키고 있는 장병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다시 목격할 수 있었다.

“재래식 화장실, 취사장, 세면장, 화장실 모두 내가 군 생활을 하던 그 시절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으며 매트리스 위에 깔고 자는 얼룩무늬 모포도 헤질 대로 헤져 속이 다 보일 정도로 낡았어요..” 이들은 “부모들이 생활현장을 볼 수 있다면 사랑하는 자식의 생활환경에 가슴아파 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들은 또 얼음물이 든 페트병과 물수건까지 준비해준 최전방 장병의 친절함과 어려운 환경에서도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데 대한 든든함도 함께 전했다.

이들은 7월 16∼17일 3주째 도보체험을 마무리했으며 큰 차질이 없는 한 이달 30∼31일 총 6주간의 도보체험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들은 “장병의 땀방울이 결집돼 우리 모두가 행복을 보장받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며 “언제나 군을 믿고 신뢰하는 국민의 아낌없는 성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