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내는 유나 리는 ‘탈북자’부터 생각해야

장기간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2명의 미국 여기자 가운데 한명인 한국계 유나 리(36) 씨가 북한 억류 경험을 담은 회고록을 출간할 예정이다. 이들은 북중국경 취재도중 북한 영토에 불법 입국했다는 이유로 북한군에 체포됐었다. 


그녀와 계약한 출판사 측은 유나 리 씨가 회고록을 통해 북한에 억류됐던 140일 동안의 생활과 조사과정, 취재원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 억류 중 고통을 견뎌낼 수 있었던 힘 등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커런트 TV’ 소속인 두 여기자는 지난 3월 북한과 중국 국경에서 탈북자 문제를 취재하다 북한에 억류돼 조선민족적대죄, 비법국경출입죄 등으로 12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미국 언론은 유나 리 씨의 회고록 출간 계약금이 최소 10만 달러(약 1억1천만원)가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선 두 여기자가 장기간 억류 충격에서 벗어나 그 당시 일을 회고할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의 여유를 찾게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예고 없이 북한군에 억류된 이후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채 수사를 받고 중형을 선고받았을 당시의 충격은 우리가 쉽게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유나 리가 책을 출간한 여러 동기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된 나라이자 적대국인 북한에 억류된 여기자의 이야기는 미국 독자들의 궁금증을 충분히 자극할 것이다. 또한 북한 억류와 조사과정을 알리면서 그의 석방을 염원해준 사람들에 대한 답례의 성격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나리 씨가 분명히 유의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취재한 동영상 기록을 북한에 남기고 왔다. 따라서 두 기자와 인터뷰했던 탈북자들, 보호시설 관계자, 그리고 이들을 지원하는 탈북자 지원활동가들의 신상이 많은 부분 북한에 유출됐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두 기자가 이들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드러난 부분까지 숨길 재량은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들이 추후 탈북자나 지원활동가들에 대해 아무리 우회적으로 언급한다해도 북한 당국에는 매우 구체적인 정보가 될 수 있다.


두 기자는 북한 당국이 기소한 죄명을 거부하지 않고 대부분 시인했다. 특히 조선민족적대죄는 그들의 탈북 여성과 북한 인권 관련한 부분을 취재한 내용 때문에 적용됐다. 따라서 이번 회고록에서 다시 한번 이들과 관련된 내용이 언급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유나 리 씨는 자신들이 본의 아니게 취재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친 것에 사과를 표명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번 회고록에도 이들과 관련한 일체의 내용도 포함돼서는 안될 것이다. 이것은 취재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또한 두 여기자가 북한에 억류 되면서 이들의 취재에 응했던 탈북자와 지원활동가들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만큼 회고록 수익의 일부는 이들을 지원하는 데 쓰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