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쇄신안’ 갈등…분당 우려 목소리까지

한나라당이 전면적인 내분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4∙25 재보궐 선거 참패로 인한 책임공방에다 유력 대선후보인 이명박 전 시장측과 박근혜 전 대표측의 알력 다툼이 겹쳐 분당 위기론까지 확대되고 있다.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겉으로는 분당 가능성을 부인하지만 위기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30일 모든 이목은 강 대표에게 쏠렸다. 선거패배 책임론으로 사퇴 종용을 받고 있는 강재섭 대표가 내놓을 당 쇄신안에 대한 이-박 양측의 반응에 따라 대립은 격화될 수도 있고, 진화국면으로 갈 수도 있었다.

강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당직 유지’를 전제로 당내 ‘부정부패 척결’, ‘대선주자 과열 경쟁 방지’ 등을 포함한 당 쇄신안을 내놨다.

그는 당내 부정부패와의 전면전 및 당 자정기능 강화(모든 당협위원장의 재산 및 납세, 병역 공개) ▲대선후보들의 당이 되지 않도록 당 중심체제 확립(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당 상임고문 위촉)▲외부 영입확대 및 문호개방을 약속했다.

또한 강 대표는 ▲캠프 대리인을 배제한 대선후보선출관리위원회, 국민검증위원회 출범 ▲5월 중순부터 대선후보 참여하는 정책비전대회 실시 등을 제안했다.

강 대표는 사퇴 압력을 거부하면서도 “결코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8월 대선후보 경선이 끝나면 확정된 후보와 협의해 연말 대선구도와 전략을 논의한 뒤 정권교체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거취를 경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박근혜 빅2 진영간 과열경쟁으로 심각한 분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와중에 지도부가 총사퇴할 경우 당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의원들에게 설득하고 있다.

▲ 당 소장파 “기대이하” 거부입장=강 대표의 이 같은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소장파 의원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조짐이다.

이들은 강 대표의 쇄신안에 대해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리고 지도부 사퇴 및 비상대책위 구성” 재차 주장했다. 강 대표의 쇄신안은 단지 ‘미봉책’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한 전여옥 의원은 “강 대표의 쇄신안은 이미 지도부 회의때 얘기됐던 내용들에 불가하다”면서”이것을 혁신안이라고 내놓으면 국민이 웃을 일이다. 이건 코미디”라고 평가절하했다. 남경필 의원도 “대책의 알맹이가 없어 기대에 못 미쳤다”는 반응을 보였다.

홍준표 의원은 “당 쇄신안이 아니고 자기 보신책에 불과하다”며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소장파의 반발이 더욱 매서워지고 있다. 당내에서는 ‘빅2’진영을 설득하는 것보다 홍준표, 전여옥, 남경필 의원 등을 포함한 강경파들을 설득하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도부 총사퇴’주장을 요구하는 의원들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김용갑 의원은 “힘을 합쳐 불을 꺼야 할 때 부채질을 하거나 기름을 퍼붓는 기회주의자들이 있다”면서 “현실적인 방법은 강 대표 체제가 반성해서 당을 이끌어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보선 책임공방과 빅2간 대립으로 지도부내에서 확산되던 당내 분열조짐이 당 전체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 李 ‘부정’ 朴 ‘긍정’ 빅2 반응 엇갈려=유력 대선주자인 빅2 진영의 입장도 엇갈린다. 이 전 시장 측은 일단 유보적인 반면 박 전 대표 측은 환영하고 나섰다.

일단 이 전 시장 측은 강 대표의 쇄신안을 두고 하루 동안 논의한 이후 입장을 발표하겠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강 대표가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며 “당내 혼란과 분란을 먼저 해결하고 대선주자들에게 당으로 들어오라고 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반면, 박 전 대표는 “강 대표께서 책임 있는 결정을 하셨다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이 더 많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큰 지도력을 발휘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선교 대변인이 전했다.

캠프 대리인인 김재원 의원은 “이 이상의 쇄신안은 없다. 당 대표로서 현실적으로 사용 가능한 카드를 모두 내세웠다”며 “격주간 대선주자 간담회를 비롯한 캠프 내 현역의원의 당 복귀 등 요구하는 것들을 가능한 한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쇄신안은 이-박 진영 어느 한쪽이라도 반대할 경우 부결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총사퇴는 물론이며, 심각한 대립으로 당 분열을 중심에 서 있는 듯한 이-박 진영은 넘어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에서는 강 대표 사퇴 압력이 이어질 경우 지도부 와해에 이어 분당 도미노까지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일단 분당 가능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시각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