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1시간 노동에 ‘무급'”…김정은 언급 ‘애국 충성심’ 실체?

소식통 "여맹원들, 평양 1만 세대 건설에 노래·이발은 물론 식사 준비에도 동원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5월 12일 보도한 평양시 1만세대 살림집 건설현장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평양 보통강 강안다락식(테라스형) 주택 건설 현장을 찾아 ‘애국 충성심’을 언급한 가운데, 이 건설에 동원된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원들이 하루 11시간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돈은 한 푼도 받지 못하는 등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에 “(평양 1만 세대 살림집 건설에 투입된) 여맹원들은 보통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작업에 동원된다”면서 “일하는 시간이 너무 길고 작업이 고되 매우 힘들어한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작업) 구역별로 정해진 기간(공사 기간)에 따라 동원된다”면서 “돈(임금)은 전혀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당한 보상을 지불하지 않고 일을 시키는 행위 강제노동으로 볼 수 있다. 실제, 국제사회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수년간 북한에 국가 차원의 광범위하고 일상적인 무임금 강제노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북한 사회주의노동법(16조)는 근로자들의 하루 노동시간은 8시간, 노동의 힘든 정도와 특수한 조건에 따라 6~7시간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루 11시간 근무에 투입하는 행위는 북한법으로도 위법이다.

소식통은 “공사 시작 초기에는 중앙에서 인원 검열과 작업 실적에 대한 검열이 집중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빠지는 인원 없이 동원됐다”면서 “이 때 여맹원들이 혼석과 목재 운반, 지대정리 등 여러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이어 “(여맹원들은) 지난 4월부터는 공사에 필요한 물자 지원사업까지 떠 맡았다”면서 “주로 음료수나 중간 식사 준비, 일명 후방사업에 여맹원들이 집중적으로 동원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직별로 개인기를 가진 대상들을 선발, 축하 및 격려 차원의 노래를 불러주는 선전선동 사업을 하거나 이발사들은 건설에 동원된 군인들의 이발을 해준다”면서 “현장에 동원된 인원들은 아파트 내부 미장이나 도배 장판 등 마감 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초공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건물 공사가 시작되면서 일부 여성들을 현장에 투입하지 않고 건설자들을 지원하는 후방사업에 배치했다는 이야기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보통강강안다락식주택구 건설사업을 현지지도하며 행정구역 명칭을 ‘경루동’이라고 할 것을 지시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또한, 작업에 익숙하지 일부 여성이 건설 현장에서 상처를 입는 일도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일이 서툴러서 헛삽질로 다리를 다치거나 손에 물집이 생기는 경우들이 많다”면서 “그래도 안전장비는 어느 정도 지급되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일부 여성 작업자들이 고강도 건설 현장 업무가 미숙해 상처를 입는 경우도 있지만, 당국이 안전에 어느 정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말이다.

소식통은 “안전모와 안전 장갑은 각각 투입된 인원의 80%, 100% 지급된다”며 “그러나 안전화는 제공되지 않고 주민들이 지하족(노동화)이나 장화를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은 폭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6월 들어서는 한낮 작업을 중단해 온열 질환을 예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6월부터는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여맹원들은 작업하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무더위 피해를 본 여맹원은 없다”고 전했다.

불볕더위로 인해 한낮 작업이 중단되면서 여름철 여맹원들의 노동 시간은 11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었다. 다만, 줄어든 작업 시간만큼 연장근무를 했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여맹원들과 달리 일반 작업자들은 불볕더위가 한창일 때도 무더위 시간대에도 작업에 동원됐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본지는 지난 7월 평양시 살림집 1만 세대 건설 현장에서 군인 14명이 하루 2~4시간밖에 자지 못하는 수면 부족과 함께 영양부족, 불볕더위 등으로 추락 사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바로 가기 : 평양 살림집 건설 현장서 추락사고로 7월에만 군인 14명 사망)

북한 당국이 여맹원의 작업이 공기(工期)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지만 온열 질환으로 인한 사고 위험성은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여맹과 함께 공사 현장에 투입된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청년동맹)원 중 고위층의 자녀는 없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1만 세대 건설 현장에 동원된 청년동맹원 중, 김일성종합대학이나 김책공대 등 명문대, 고위 간부 자녀의 수는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질문에 “없다”고 답한 것.

북한은 수시로 주민들을 각종 공사에 동원하고 있다. 이때 일부 주민들은 일정량의 뇌물을 마치고 작업에서 빠지거나 다른 사람을 내세운다. 청년동맹원 중 고위층 자녀의 경우 집안 사정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편이어서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이런 동원에 뇌물을 주고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