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가뭄에 농작물 피해 잇따라…주민들 ‘물주기 전투’ 총동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황해북도의 협동벌들이 가물(가뭄)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한 총돌격전으로 세차게 끓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전역에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황해북도에서는 가뭄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해 주민들이 총동원돼 ‘물주기 전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해북도 소식통은 26일 데일리NK에 “다락밭(계단밭)의 강냉이(옥수수)들을 비롯한 농작물들이 고온 현상으로 모두 말라 죽어가고 있다”면서 “도에서는 이를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면서 가물(가뭄) 피해막이를 호소하고 주민들을 물주기 전투에 총동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황해북도 농촌경영위원회는 지난 23일 농촌 현장에서 비상회의를 소집하고 폭염이 지속되면서 가뭄 피해로 옥수수가 적잖게 타죽거나 말라 죽고 있으니 전체 도가 모든 사업을 전폐하고라도 떨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에 23일부터 도(道)적으로 조직별, 기관별, 학교별 담당 농장을 분담하고 주민들을 새벽 4시부터 7시까지,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물주기에 총동원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현재 11살짜리 아이들부터 60세 노인들까지 손에 소랭이(대야)와 바께쯔(양동이)를 들고 물주기에 나서고 있고, 힘 있는 기관들은 차들에 물땅크(물탱크)를 싣고 와서 논밭에 물을 주는 등 피해를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도 인민위원회와 농촌경영위원회는 물주기 전투로 같은 시간대에 인원이 밀집되지 않도록 하라는 도 당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시간표까지 짜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올해 농사에 결실이 없으면 농업 관련 일꾼들은 물론이고 당과 행정일꾼들도 모두 혁명화에 갈 각오로 사생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 현재 일꾼들은 머리에 불덩이가 떨어진 격으로 주민들만 달구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 농촌에는 모내기, 김매기 때보다 2배는 더 많은 인원이 동원된 상태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다만 사람의 힘으로 큰 논밭에 물을 대기에는 한계가 있다 보니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해 옥수수가 계속 말라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관개공사를 잘해서 강에서 물을 끌어오면 되는데 작년에 홍수 때문에 제방공사에만 신경 쓰고 관개수 체계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사람들을 다 끌어내고 있다”면서 “잘 먹지도 못해 허기진 몸으로 물주기 전투에 동원된 주민들은 힘들어 죽겠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온도가 높고 햇볕도 따가운 날씨에 물주기에 동원된 사리원 초급중학교(우리의 중학교) 어린 학생들을 비롯해 어른들도 열사병으로 밭에 쓰러져 현장에는 의사들도 동원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5면에 ‘역량과 수단은 총동원하여’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황해북도의 협동벌들이 가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한 총돌격전으로 세차게 끓고 있다”면서 관련 사진을 게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