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포커스] 김정은 대미정공법 선회와 연내 답방 묘수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9월 평양 순안공항 도착한 뒤 마중 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와 함께 공식환영식을 하고 있다. /사진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에 대한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는다. 오늘(10일)은 답방 연기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문제는 답방의 목적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없다는 점이다. 적어도 방송시사토론에서 한 번쯤은 다룰 법도 한데 너무나 조용하다. 답방유무에 대해서만 시끌벅적하다. 문재인 정부에게는 긁어 부스럼이 될 수도 있는 사안이기에 긴밀하면서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연막전술도 펴면서 말이다.

김 위원장 답방시, 그가 얻는 가장 큰 실익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확실한 대미압박카드로 작용할 것이다. 신변의 위험을 감수하는 파격적 행보이기에 적어도 비핵화 의지에 대한 진정성 과시 방향으로 국제사회 분위기를 조장할 수 있을 것이다. 강력한 대북 제재의 망을 헐거워지게 하는 신의 한 수이다. 문 정부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방점을 찍으며 남북관계개선 및 발전에 그 속도를 배가 시킬 것이다.

김 위원장 답방 전, 미국에 대한 북한 정권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대미정책을 대미 정공법으로 급선회하였다. 북한 노동신문은 12월 5일자에 김철만 당 간부(당중앙위원,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의 죽음에 관한 기사로 지면을 도배했다. 그의 죽음을 알리고, 김 위원장이 화환을 보낸 사실 및 그의 약력 및 북한을 대표하는 국가기관들의 애도 및 국가장으로 거행될 것이라는 내용까지 무려, 일곱 차례나 된다. 그가 빨치산 출신임을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전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정치적 역량을 비추어볼 때는 더더욱 그렇다. 당장 올 8월 북한 군부의 실세(인민무력부장)였던 김영춘 사망 시, 노동신문은 관련기사를 4차례만(8월17일자) 실었다. 삶의 궤적으로만 볼 때도 김철만은 김영춘과 비교대상이 아니다. 정치적 역량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김철만의 죽음에 왜 북한은 저리 부산을 떨었을까.

관련기사들을 깊이 들여다보니 눈에 확 들어오는 내용이 있었다. <김철만동지의 서거에 대한 부고>라는 제목으로 북한의 당·정·군 대표지도기관인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가 합동으로 애도문을 발표했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렸다. “미제의 무력침공을 물리치는 준엄한 조국해방전쟁시기(한국전쟁) 김철만동지는…전쟁의 승리를 이룩하는 데 공헌하였다.” 우리는 여기서 ‘미제의 무력침공’이라는 문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말은 곧, 한국전쟁의 원인을 미국에 전가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을 매우 자극시킬 내용이다.

올 9월, 노동신문은 <<조국해방전쟁참가자들의 회상기>> 제3권이 출판되었다는 소식(9월5일자)과 함께 관련 내용의 기사를 여러 차례 실었지만 어느 곳에서도 한국전쟁을 ‘미제의 침공’이라고 서술한 곳이 없었다. 7월 27일, 북한이 전승절로 지키는 정전협정일 전후 관련 기사들에서도 한국전쟁의 원인을 미국에 돌리는 기사는 단 하나도 없었다. 12월 들어, 이 같은 북한의 급격한 태도변화는 대미정책이 정공법으로 급선회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1차 북미정상회담을 치루고 내년 초,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김 위원장이 내보인 카드치고는 왠지 납득이 안 된다.

그런데, 이 카드를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카드와 같이 쥐어보면 왠지 어울린다. 대미정공법으로 선회한 김정은이 꺼낼 다음 카드로는 그의 서울답방이 딱이다. 미루고 자시고 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마음에도 없는 비핵화를 운운한 강심장의 김 위원장이다. 한 번에 미국을 궁지에 빠트릴 최상의 히든카드를 쉽게 내려놓을 그가 아니다. 불안보다 모험심이 크게 작동되면 그의 서울답방 소식은 뜬금포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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