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포커스] 北, ‘당의 유일적영도체계확립의 10대원칙’ 재차 손보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 결정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한 황해남도, 함경남도, 나선시, 개성시 궐기대회가 9일과 10일에 각각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에서 작년 중, 하반기부터 김정은을 직접적으로 수령으로 지칭하며 김정은 혁명사상을 내세웠던 북한이 작년 연말부터는 수령용어 사용에 대한 빈도수가 급격히 줄어들더니 최근에는 거의 없다. 1월 11일자 사설에서는 비록, 김정은 이름과 직결되지는 않았지만, 김정은을 가리키는 것으로 수령 용어를 무려 5차례나 사용하기는 했었다. 김정은이 자신의 이름에 직접적으로 수령을 붙이는 것에 대해서 부담을 갖는 것 같다. 수령하면 김일성만을 떠올리던 북한 인민들에게 있어 혼란이 충분히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김정은 혁명사상은 줄기차게 내세워지고 있다. 1월 7일자 사설,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전원회의의 강령적문헌들을 깊이 학습하자’에서는 기존의 어떤 글들보다 ‘김정은의 혁명사상’을 많이 표기(8회)하고 있었다. 물론, 이 글에서도 김정은의 혁명사상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기술하고 있지는 않다. 특이점은 김정은의 혁명사상을 운운하면서 ‘신조화’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수령의 사상과 뜻을 신념화, 신조화한 사람은 아무리 어려운 과업이 나섰다고 하여도 주저하지 않으며 그 어떤 난관도 과감히 뚫고 나간다.”

여기서 ‘신조화’는 북한에서 흔히 사용하는 용어가 아니다. 필자가 확인한 바, 1월 7일자 사설에 사용되었고 그 직전에는 작년 10월 28일자 사설에 사용되었을 만큼 매우 드물게 사용되는 용어이다. 특별한 의미를 담는 용어인 만큼 이 용어를 사용한 분명한 목적도 있겠다.

1월 7일자 사설은 당중앙위 제8기 제4차전원회의 결정 및 투쟁 강령에 대한 학습 열풍을 전개하는 데 있어 그 핵심을 온 사회 안에 김정은 혁명사상의 확산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의 구상과 의도대로 사고하는 ‘자각적 일치성’ ‘행동의 통일성’을 강조했다. 이는 온 사회의 김정은 혁명사상의 일색화를 주장한 것이고 거기에 ‘신조화’라는 용어까지 사용된 것이다. 그런데, 이 ‘신조화’는 북한 전체인민들이 암기하고 반드시 지켜야 할 행동강령인 10대원칙(당의 유일적영도체계확립의 10대원칙)에 잘 어울리는 용어이다. 10대원칙은 2013년에 김정은의 지시로 ‘유일적지도체계’가 ‘유일적영도체계’로 그 타이틀이 바뀌었다.

2022년에는 북한이 10대원칙 안에 김정은의 혁명사상도 포함시킬 것으로 필자는 내다본다. 조만간 그 내용들이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1월 11일자 <사설> ‘당중앙의 두리에 천만이 굳게 뭉친 일심단결의 불가항력으로 더 큰 승리를 이룩해나가자’의 내용은 여기에 대한 전망을 더욱 확신케 해 주었다.

이 사설은 김정은의 혁명사상으로 더욱 튼튼히 무장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김정은 혁명사상을 시대적 혁명 건설의 위대한 실천강령이라고 했다. 또 하나는 2022년을 혁명적 대경사의 해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수령(김일성)의 후손, 장군(김정일)의 전사로, 제자로서 마땅한 본분이라고 했는데 이 표현들은 10대원칙 중 제2원칙의 항목 중에 나오는 내용들이다. 사설은 바로 뒤이어 김정은의 사상이 철저히 실천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결정적으로, 아래와 같은 문장이 사설에 나온다.

“전당과 온 사회에 당중앙의 유일적령도체계를 더욱 철저히 세워 우리 혁명대오를 경애하는 총비서동지와 사상과 뜻, 행동을 같이하는 하나의 생명체로 만들어야 한다.”

‘당중앙의 유일적령도체계’는 곧 10대원칙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김정은의 혁명사상을 포함시켜 김정은의 사상을 전체인민들의 행동강령이 되게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 같은 근거들은 2013년 김정은이 김정일의 혁명사상을 포함시키기 위해 10대원칙을 수정한 것과 같이 2022년에는 다시 10대원칙을 수정하여 자신의 혁명사상을 포함시킬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해준다.

어떻게 수정될 것인가?

그렇다면, 어느 부분이 수정될 것인가? 2013년 수정된 부분이 큰 참고가 될 것이다. 필자는 각각의 원칙 안에 있는 세부항목들보다는 제1원칙에서 10원칙만 한번 검토해보았다. 우선, 제 1원칙인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하기위하여 몸바쳐 투쟁하여야 한다.”이다. 그 전에(1974년 10대원칙)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혁명사상으로 온 사회를 일색화하기 위하여 목숨 바쳐 투쟁하여야 한다”였다. 만일, 제1원칙에 김정은의 혁명사상이 포함된다면 다음과 같이 수정될 공산이 크다. “온 사회를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혁명사상으로 몸바쳐 투쟁하여야 한다.” 당장, 김일성-김정일주의화와 함께 김정은주의를 병렬시키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본다. 아직, 북한이 공식적으로 김정은 혁명사상을 ‘김정은주의’로 제시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

제2원칙도 수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위대한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를 우리 당과 인민의 영원한 수령으로 주체의 태양으로 높이 받들어 모셔야 한다.” 1974년에 제정된 제2원칙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를 충성으로 높이 우러러 모셔야 한다.” 만일, 제2원칙도 수정된다면 “위대한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 김정은동지를 우리 당과 인민의 수령으로 주체의 태양으로 높이 받들어 모셔야 한다”라는 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없지 않아 있다. 물론 부차 항목들도 김정은과 김정은 혁명사상을 곳곳에 포함시킬 것으로 보인다.

제3원칙도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권위를 절대화하여야 한다”(1974년)가 “위대한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의 권위, 당의 권위를 절대화하며 결사옹위 하여야 한다”(2013년)로 수정되었는데, 만일 이번에 다시 수정된다면 ‘김정은동지의 권위’도 포함시킬 것이다.

제4원칙은 “위대한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의 혁명사상과 그 구현인 당의 로선과 정책으로 철저히 무장하여야 한다”인데, 이것도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제5원칙은 “위대한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의 유훈, 당의 로선과 방침관철에서 무조건성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이고 제7원칙은 “위대한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를 따라배워 고상한 정신도덕적 풍모와 혁명적사업방법, 인민적사업작풍을 지녀야 한다”인데 여기서도 적절하게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제6원칙, 제8원칙, 제9원칙에는 김일성, 김정일 이름이 들어가 있지 않음).

제10원칙은 “위대한 김일성동지께서 개척하시고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께서 이끌어오신 주체혁명위업, 선군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끝까지 계승완성하여야 한다”인데, 여기에도 김정은 혁명위업을 넣어서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혁명위업은 ‘사회주의혁명위업’으로 표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2013년 제10원칙 제5항의 내용에 ‘자주의 길’, ‘선군의 길’, ‘사회주의의 길’이라고 표기한 바 있고 제8차 당 대회 이후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는 북한이기 때문이다.

최근 노동신문의 사설, 논설, 정론들이 내세우는 공통점은 김정은 혁명사상의 ‘신념화’, ‘체질화’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급선무는 10대원칙에 김정은의 혁명사상을 포함시켜야 한다. 왜냐하면, 김정은의 혁명사상을 절대화시킬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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