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콘서트 여는 조용필

22일 오후 6시 평양 도착 직후 공연장인 유경 정주영체육관에서 음향과 조명 등 무대 장치를 점검 중인 조용필을 만났다.

조용필은 “서울에서 출발할 때는 긴장하지 않았는데 막상 평양에 도착하니 긴장되고
설레기도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다음은 조용필과의 일문일답.

–공연을 위해 평양에 온 소감은

▲1990년대부터 이 공연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제야 처음으로 오게됐다. 공항에
도착해서 리종혁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났는데 “온다 온다 하면서 참 늦었습
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공연이 성사된 게 정말 기쁘고 내 음악생활에서 가장 의
미있는 공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북에 처음 온 소감은

▲서울에서는 긴장되지 않았다. ‘PIL&PEACE’ 하반기 투어의 첫 공연이라고만 생
각하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공항에 도착해 리종혁 부위원장이 “여기는 오빠 부대가
없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오히려 그 한 마디가 ‘날 아는구나’라고 느껴졌다.

북측 인사들이 “많이 기다렸습니다. 잘 해주십시오”라고 말해줘 내일 좋은 공연이
될 수 있도록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객석의 반응이 남측과 다를 것이다. 이에 대한 대비는

▲시작을 영상으로 하고 가벼운 음악으로 분위기를 띄우려고 한다. 나름대로 선
곡했다. 객석의 표정이 다를 수 있겠지만 그걸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 의식하
면 공연하기 쉽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음악은 리듬이다. 북의 객석도 다르지 않
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일 부를 북한 노래 두 곡은 직접 선곡했나

▲북한 노래 100여 곡을 듣고 내가 직접 골랐다. ‘자장가’는 남과 북이 모두 동
심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곡이라고 느꼈고 ‘험난한 풍파 넘어 다시 만나리’는
오랫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의 애타는 심경이 담겨 있는 노래여서 이산가족을 생각하
며 고른 노래다.

–노래 선곡 기준은

▲리듬을 가장 먼저 고려했고 좀 가까워지자는 의미에서 알 만한 곡 위주로
골랐다. 광복을 기념해 ‘봉선화’, ‘황성옛터’와 라스트 곡은 ‘꿈의 아리랑’을 준비
했다.

그런데 어젯밤 북측에서 ‘모나리자’와 ‘허공’을 추가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급
히 추가했다. 오면서 북측 안내원에게 ‘내 노래 중에 아는 곡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모나리자’를 안다”고 답하더라. ‘모나리자’를 의외로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것
같다.

–무대에 올라섰을 때 감회는

▲오기 전 도면을 갖고 무대를 그렸는데 막상 올라보니 생각보다 (객석에) 가까웠다. 무대가 좀 뒤로 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밤 늦게까지 음향, 조명 등을 모두 맞춰봐야겠다. 리허설하면서 수정하면 될 것 같다. 컨디션은 좋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