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이 보는 미 대선과 향후 외교정책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은 7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국제교류재단 초청 강연에서 이번 미국 대선에 대한 평가와 버락 오바마 당선인의 외교정책 방향에 대해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파월 전 장관은 특히 “오바마 당선인은 전 세계 여러 나라에 계속해서 솔직하고 열린 자세로 이야기할 것”이라며 “특히 한국 정부와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경청하고 이를 토대로 대화를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해 일방주의적 외교 노선보다는 다자주의적 노선을 견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또 “핵 문제 해결에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인내심 가지고 협의를 토대로 대북정책 추진할 것”이라면서도 한미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서는 “협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지 수정돼 통과될지 나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파월 전 장관의 강연요지.

◇ 미국 대선 평가 =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당선인으로 확정됐다는 소식을 직접 들었을 때 예측된 결과였지만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선거 결과가 나오고 미국인들은 본토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다 같이 축제 분위기에 젖어들었다. 케냐 출신 아버지와 캔자스주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하와이에서 태어나 인도네시아에서 교육을 받은 흑인인 이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우리가 해냈다는 자부심이 국민 사이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바마 당선인이 승리한 것은 피부색 때문도 아니고 특이한 경력 때문도 아니다. 오바마 당선인이 후보 시절 선거 운동을 이끄는 것을 지켜보면 가장 뛰어난 인재들을 불러모아 적절한 곳에 배치하고 전국적으로 정보통신(IT)기술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선거를 치렀다. 이는 백악관의 주인으로서 가장 필요한 능력이다.

존 매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와는 25년 지기이지만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으로서 더 적합하다는 개인적인 판단을 내렸다. 매케인 후보는 선거운동을 치열하게 잘 이끌었고 지난 화요일 영예로운 패배선언과 함께 아름답고 깨끗하게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 오바마 외교정책 기조 = 나는 오바마 당선인의 대변인도, 현직 관료나 정치인도 아니다. 오바마 당선인이 어떤 외교정책을 펼 것인지에 대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말한다면 그는 전 세계 여러 나라, 특히 한국에 ‘우리는 계속해서 솔직하고 열린 자세로 얘기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질 것이다.

우리의 생각만을 얘기하지 않고 한국 정부와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청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를 토대로 대화를 이끌어나갈 것이다. 이는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원칙이다.

때때로 다른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 한국이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경험도 있었다. 불변의 진리는 한국과 미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자 영원한 동맹이라는 점이다. 한국과 미국이 군사.안보.경제.정치.외교 모든 면에서 동맹관계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 북핵문제 = 한미동맹의 강화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필요한 시기다. 북한은 여전히 핵무기나 핵 능력만 보유하고 있으면 세계에 자국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제거하고 한반도가 비핵화될 때만이 전 세계가 북한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한 협상과정은 쉽지 않지만 계속 노력할 것이다.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북한 핵무기가 없어지는 그날까지 노력할 것이다.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 당선인도 이러한 원칙에 따라 외교정책을 펴나갈 것이다. 6자회담 관계국과 계속 논의할 것이다. 6자회담은 각국의 이익과 의견을 대변하는 곳이 아니다. 관계국들은 6자회담이라는 틀 안에서 하나의 목소리를 낼 것이다.

6자회담이라는 틀이 완벽한 시스템은 아니지만 핵 문제 해결에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오바마 당선인은 인내심을 가지고 협의를 토대로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 한미FTA = 미국 국민은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데 오바마 당선인이 더 적격이라고 생각해 그를 뽑았다. 그는 미국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

나는 수년에 걸친 타협과 대화 노력의 산물인 한미 FTA를 전폭 지지한다. 몇 달 내 비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바마 당선인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얘기를 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가 겪는 어려움을 놓고 봤을 때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미국 대통령으로서 무관심할 수 없다.

일한 대통령이 되고 FTA를 비롯한 여러 문제를 다루면서 무엇보다도 경청할 것이다. 한국의 정부와 국민이 전하고자 하는 얘기를 마음을 다해 경청할 것이다. 또 이에 대해 미국 정부의 생각을 성심성의껏 설명할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어려운 시기, 좋은 시기 다 함께 겪어온 친구 사이다.

한미FTA 협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지, 수정돼 통과될지 나는 알 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오바마 당선인이 한국의 의견을 경청할 것이라는 점과 한국도 미국의 얘기를 경청할 것이라는 점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