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로 없는 치킨게임…한반도 위기상황 오나?

박근혜 대통령이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북한 군인과 주민들에게 “언제든지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라”고 밝혔다. “북한 정권의 도발과 반인륜적 통치가 종식될 수 있도록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을 알릴 것”이며, “북한 주민들이 희망과 삶을 찾도록 길을 열어놓겠다”고 말했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박 대통령의 김정은에 대한 직설적인 비판, 정부의 강도 높은 대북 고립 압박 정책 등을 감안해보면, 정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상 김정은 정권 붕괴까지 염두에 두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 같다. 지금의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도저히 바람직한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판단, 어차피 안 될 정권이라면 보다 공세적이고 적극적으로 김정은 정권을 압박하자는 판단이 정부 내에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사회주의 체제의 변화는 대중시위에 의한 아래로부터의 변화, 중국-베트남처럼 정권 자체가 스스로 변화의 길을 걷는 위로부터의 변화가 있을 수 있는데, 북한과 같은 체제에서는 두 가지 방식의 변화가 모두 어렵다. 폭압적 통치기구들이 주민들을 완전히 옭아매고 있는 상황에서 대중시위가 발생하기 어렵고, 김일성-김정일을 계승해 수령독재체제에 안주하고 있는 김정은이 외부로의 개혁, 개방을 추진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아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과 같은 체제에서는 권력층의 균열로부터 체제의 변화가 시작될 수밖에 없는데, 박 대통령의 ‘탈북 권유’ 발언은 북한 체제의 균열을 공세적으로 촉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미국 또한 대북 제재에 적극적이다. 오바마 정부는 임기 말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핵과 미사일 관련 물자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중국의 랴오닝 훙샹 그룹을 제재했고, 세계 각국에 북한과 외교 경제 관계를 격하하거나 단절할 것을 공식 요청하는 등 전방위 대북 압박에 나서고 있다. 5차 핵실험에 대한 대북제재 또한 지난 3월 유엔 결의안 2270호를 능가하는 수준이 나오게 될 것이다.
 
김정은 폭주는 계속…한반도 위기상황 오나 

한국과 미국의 이같은 공세적인 대북 압박에 북한은 어떻게 대응할까?

올 한해 그래왔던 것처럼 김정은 정권은 폭주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올해만 해도 두 번의 핵실험을 하고 무수단 미사일에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까지 성공시켰듯이, 김정은은 KN-08이나 KN-14 같은 대륙간탄도미사일급의 무기를 실전화하려고 할 것이다. 외부의 압박이 심해지면 실제로 미국 서부 앞바다에 북한의 미사일을 날려 보내는 모험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미사일이 미국의 목전에 다다르는 상황이 되면 미국은 가만히 있을까? 북한의 위협이 미국에 실질적인 수준으로 다가오게 되면 미국의 대응은 지금까지와는 달라질 것이다. 군사적 선택이 대응방안 중에 포함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미국이 한국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을 하기는 어렵겠지만, 한반도 주변에서는 1994년처럼 군사행동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오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퇴로가 보이지 않는 한미와 북한의 대치 국면. 1994년 한반도 전쟁 위기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전쟁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겠다는 결심을 다져놓고 있었다고 회고록에서 기술했다. 한반도의 위기가 더욱 고조돼 갈 가능성이 높은 지금 빌 클린턴의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이 백악관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은 역사의 우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