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남한이 주도, 통일 후에도 미군 주둔”

한미 양국은 남한이 통일을 주도하고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계속 주둔한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미래 한미동맹의 골격을 마련했다고 <한국일보>가 1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이 14일 입수한 ‘한미동맹 미래 공동협의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최종적으로 통일이 된 한국은 법치주의와 인권을 존중하는 민주주의적 남한이 주도”하며 미측은 “한국이 주도하는 평화통일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남한 주도의 통일은 국민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었지만 정부 당국은 북한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이를 공식화하지 않았다. 따라서 한미 양국이 공식 채널을 통해 ‘남한 주도 통일’에 의견을 모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보고서는 1999년 한미동맹 조정 협의의 필요성이 제기된 뒤 2년간 실무 선에서 협의한 결과로, 2002년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 보고됐다.

한편 신문은 한 시민단체 관계자 말을 인용 “이는 2000년 6.15공동선언에서 흡수통일을 배제키로 한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공격적 주장으로 북한 붕괴를 전제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다른 외교안보 전문가는 “남북 협의를 통해 평화통일을 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주도하도록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흡수통일의 의미는 아니라고 반박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보고서에는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의 주둔이 지속돼야 한다는 공통의 이해”에서 한미동맹이 출발한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에 따르면 양국은 특히 한반도 안보상황을 고려, 남북관계의 발전단계를 ▲화해협력 ▲평화공존 ▲통일의 3단계로 정의하고 각 단계별로 예상되는 상황과 우려를 조목조목 제기했다.

화해협력과 평화공존은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기점으로 구분했고, 통일은 현재의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체되는 시점을 택하고 있다. 화해협력 단계에서 한미 양국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방지를 동맹의 공동목표로 정하고 마약밀매 및 화폐 위조 등 초국가적 위협을 우려사항에 포함 시켰다.

평화공존단계에서도 WMD 확산과 관련한 북한의 움직임을 경계하며 국지적 군사도발과 테러가능성을 우려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현주 기자 lh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