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北 핵포기 않고 장기전 돌입…대북제재 잘 활용해야”

"김정은, 제재 상황서 내부 시장 요인 적극 활용할 것"

태영호 전(前)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 / 사진=데일리NK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육성으로 발표한 2019년 신년사는 대내적으로 대북제재에 대응해 장기전을 대비하자는 호소이자 대외적으로는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군축협상에 나서겠다는 선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데일리NK 사무실에서 새해 인터뷰를 갖고 올해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한 종합 분석과 향후 전망을 제시했다.

태 전 공사는 “올해 신년사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핵무기를 그대로 가지고 제재 속에서 장기전을 대비하자’는 메시지”라며 “상당히 절제된 표현과 온화한 어휘를 쓰면서 미국과 한국에 보내는 메시지를 논리정연하게 정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먼저 신년사에 담긴 김 위원장의 대내 메시지와 관련, “기본 핵심은 자강력, 자립, 자족, 자력갱생”이라며 “김정은은 2018년 한 해 동안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했을 것이고, 결국 핵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푸는 길은 북한 주민들에게 더 많은 자율성을 줘서 내부 잠재력을 적극 활용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김 위원장은 올해 북한 경제 내부적으로 개인과 기업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등 자본주의적인 요소와 시장 요인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태 전 공사의 말이다.

특히 그는 김 위원장이 이번 신년사에서 북한 군수공업과 관련해 ‘민수생산에 적극적으로 기여했다’는 지난해 성과를 언급한 점, 또 올해 경제건설 적극 지원을 과업으로 제시한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군수공업 부문의 과업으로 경제건설 지원 문제를 제시하고 지난해 군수공업의 민수생산 성과를 꼽은 것은 지금껏 처음 있는 일”이라며 “국방분야에 쓰던 것을 이제는 민수로 돌리고 현실적으로 그런 구조조정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이며, 결국은 핵을 완성했으니 이제 많은 재원을 민수생산에 돌리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태 전공사는 올해 신년사에 담긴 북한의 대외전략과 관련, “김정은은 남북관계를 선행적으로 발전시켜서 결국은 미국을 대북제재 완화로 견인한다는 큰 틀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무런 전제 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는 신년사 내용에 미뤄 올해 북한이 남북경협 사업 정상화에 사활을 걸고, 이를 통해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를 풀어나가겠다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전망에 대해서는 “핵보유국의 입장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1차적으로는 단계적인 핵군축 협상을 시작하자는 의도를 밝힌 것으로 본다”며 “’핵은 끝까지 가지고 간다’는 게 김정은의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정은 대 미국의 기싸움이 시작되는 것인데, 대북제재라는 카드를 잘 활용하면 결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 수 있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아 대북제재가 계속된다면 올해 하반기에 신규 노동자 허가나 기존 계약이 다 취소되는 상황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대북제재 카드를 잘 활용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태 전 공사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태영호 전(前)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 / 사진=데일리NK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가 발표됐다. 전반적으로 어떻게 봤나?

“우선 올해 신년사는 상당히 절제돼 있고, 달성하려는 목표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고 볼 수 있겠다. 대내적인 문제와 대외적인 문제가 다 섞여있는데, 한 마디로 압축하면 ‘핵무기는 그대로 가지고 제재 속에서 장기전에 대비하자’라는 것을 북한 국민들과 대외에 호소한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지난해 신년사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올해 신년사의 논조와 사용된 어휘, 표현이 상당히 절제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신년사의 경우는 ‘핵 단추가 내 책상 위에 있고 미국도 우리의 핵 타격권 안에 있다는 것을 인정해라’, ‘핵을 완성했기 때문에 이제부터 대량생산하겠다’는 과격적 언사가 많았다. 그런데 올해 신년사는 과격적 언사는 쓰지 않으면서 절제되고, 김정은의 전략적 목표를 은근히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올해 모든 표현과 논리 구조를 보면 지난해보다 상당히 진화했다고 볼 수 있겠다. 아주 온화한 언어를 쓰면서도 김정은이 미국과 한국, 국제사회에 보내려는 메시지를 논리정연하게 정리했다고 판단한다.”

-특별히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나?

”올해 신년사에서 가장 놀라움을 느낀 것은 성과와 과업 부분에서 북한 군수공업 부분이 나오는데, 무기생산 성과가 아니라 농기구와 여러 인민소비품 등 민수생산에 적극적으로 기여했다는 것을 꼽고 올해 과업에서도 경제건설을 적극 지원하는 것을 군수공업의 중심과제로 방점을 찍었다는 것이다. 북한이 군수공업 부문의 과업으로 경제건설 지원 문제를 제시하고 지난해 군수공업의 민수생산 성과를 꼽은 것은 지금껏 처음 있는 일이다. 김정은은 이미 지난해 4월 20일 당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건설 노선이 승리했기 때문에 평화를 보장할 수 있는 강력한 보검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경제건설에 올인하겠다고 했다. 결국 이것은 북한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재원의 분배에서 지난 시기에 국방분야에 쓰던 것을 이제는 민수로 돌리고 현실적으로 그런 구조조정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경제발전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인가?

“두 가지다. 하나는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달성하는 목표고, 하나는 제재가 조여오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상태에서 지난시기처럼 군사분야에까지 돈을 쓰게 되면 진짜 인민 생활을 비롯해 체제를 위협받을 수 있는 정도로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핵을 완성했으니 이제부터 많은 재원을 결국 민수생산에 돌리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이례적으로 서재에서 신년사를 발표했는데, 어떤 배경과 의미가 있다고 보나?

“우선 지난해 김정은 신년사가 국제사회에 대단히 파격적인 뉴스감이 됐다. 핵 단추가 책상에 있다는 등의 파격적 언어가 나오면서 올해에는 신년사 발표되기 며칠 전부터 올해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무슨 내용을 담을지가 초점이었다. 결국 김정은으로서도 이런 것을 느껴 ‘올해는 신년사 형식 측면에서 새롭게 다가가자’고 판단했을 수 있다. 말하자면 정상국가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어떻게 보여줄까라는 것을 대단히 고심한 흔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신년사 때 나오는 장면이 있다. 지난 시기에는 단번에 연설탁에 나와서 연설했지만 올해는 집무실에서 집무를 보다가 시간이 돼서 나온 것처럼 하고 그 뒤에 김여정, 조용원 이런 수행성원들이 같이 나오는 모습을 연출했다. 아마 문재인 대통령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브리핑을 할 때의 모습을 TV에서 많이 본 것 같다. 또 지난 시간 신년사에는 중간중간 박수 소리가 많이 나온다. 청중은 없는데 박수 소리를 넣어서 신년사 의의를 부각했는데 올해 신년사에는 박수 소리가 하나도 없다. 아주 현실적이었다. 그리고 일어서지 않고 서재 접견실에서 앉아서 하거나 예전에는 앞에 큰 마이크를 상당히 많이 놓고 했다면 이번에는 트럼프 집무실처럼 간단한 마이크 하나 놓고 한다든지 어쨌든 현대 사회의 정상국가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시도가 눈에 보인다.”

-대내 메시지에서 ‘농사의 주인인 농작원들의 의사와 이익을 존중하고 사회주의 분배원칙의 요구를 정확히 구현하여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개인의 이익을 보장·증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나?

“이런 표현들은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북한 신문들에서 항상 나오던 것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돌아가고 있는 북한 내부 상황을 보면 북한의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는 점점 허물어지고 자본주의 요소가 정착되어 가는 과정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에도 김정은은 농업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건설 전반에서 자본주의적인 자율화를 확대하는 방향으로밖에 갈 수 없을 것이다.”

-기업체가 경영활동을 원활히 해나갈 수 있게 사업체계를 정비해야한다는 내용도 있는데, 이 역시 기업의 자율성을 확대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나?

“당연하다. 이번 김정은 신년사 대내 메시지의 기본 핵심은 자강력, 자립, 자족, 자력갱생이다. 왜 이렇게 지난시기보다 자력갱생을 강조하느냐. 김정은도 2018년 한 해 동안 미국, 한국과 협상을 해보고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했을 것이다. 결국 핵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푸는 길은 북한의 모든 주민들에게 더 많은 자율성을 줘서 내부 잠재력을 적극 활용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도 김정은은 알고 있다. 때문에 나는 올해 북한이 내부적으로는 자본주의적인 요소와 시장의 요인을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본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자강력을 내세우며 여러 개발건설사업에 주민들의 노력동원, 물자지원, 세외부담을 강요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런 흐름이 올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나?

“그렇다. 북한 경제 운용이나 주민 운용의 기본은 전시성 사회동원 방식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처럼 국민에게 노동의 대가를 지급하면서 사회를 운영하는 게 아니라 북한식 표현으로 ‘사상전’을 벌여서 주민들의 의욕을 불러일으킨다는 거다. 올해에도 전시성 건설을 벌여놓았기 때문에 주민들의 세부담 고통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인민생활과 관련해서 ‘비문화적인 풍조가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는데, 이를 자본주의 문화 유입에 대한 경계심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그렇다. 북한은 4·27 판문점 선언 채택 이후 남북관계가 활발해지면서 많은 북한 사람들이 한국에 오고 또 한국 예술단이나 스포츠팀들이 북한에 가는 과정을 통해 자본주의의 가치관이 북한 주민들에게 들어오지 않을까 대단히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또 이에 대한 통제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은 올해에도 주민들에 대한 사상적 통제, 사회 전반에 대한 폐쇄성을 더 강화하는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신년사에 대남 메시지 가운데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조건없이 재개할 용의가 있다는 발언도 있었다. 어떤 의미일까?

“이번 신년사를 보면 김정은은 남북관계를 선행적으로 발전시켜서 결국은 미국을 대북제재 완화로 견인한다는 큰 틀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김정은이 노리고 있는 것은 안보와 남북경협이다. 한국 정부와 충돌완화를 위한 완충지대 확대나 9·19 남북 군사 부속 합의서 이행을 확대하는 문제는 미국의 동의 없이도 북한과 한국 정부만 동의하면 가능한 것이다. 또 한국 내부 상황을 놓고 보면 국회 내에서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없고 오직 대통령의 행정적인 수단으로 가능하다.

그런데 남북경협 문제, 예를 들면 개성공단이라든가 금강산이라든가 또, 철도와 도로 건설 문제는 대북 제재와 연결돼있는 문제다. 김정은이 가장 바라는 것은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 재개다.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하면 1억 5000불 정도 되는 현금을 가져갈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대북 제재가 몇 년째 지속되면서 외화 사정에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김정은으로서는 당연히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에 김정은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 이 두 가지 문제를 말했는데, 첫째는 전제 조건 없이, 둘째는 대가성 없이 하겠다고 언급했다. 김정은이 개성공단과 금강산에 집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김정은이 이번 신년사에서 북한 내부 경제 문제를 이야기하며 원산갈마해안관광도시와 삼지연 개발 문제를 언급해 ‘관광 지대를 확대하라’고 이야기를 했다. 올해 10월 10일까지 갈마해안관광도시 건설이 끝난다. 북한의 계획에 의하면 갈마해안관광과 금강산관광을 하나의 벨트로 묶어서 1년에 100만 명의 한국인을 받아들여 외화 수입을 늘린다는 전략적인 계산이 있는데, 이 계산대로 가려면 첫 번째 조건인 금강산 관광이 먼저 열려야 한다. 그래야 그것이 갈마 해안관광도시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김정은으로서는 올해에 금강산관광을 여는 문제가 아주 사활적이라고 볼 수 있다.”

-또 합동군사훈련을 더이상 허용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한미 동맹을 갈라놓기 위한 하나의 노림수라고 평가하고 있는데.

”옳다. 그 문제와 미국과의 핵협상 문제는 하나의 연결고리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에 김정은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이 자신의 변함없는 의지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김정은이 얘기하고 있는 한반도의 비핵화, 조선반도의 비핵화가 과연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 해석 문제에서 북한과 한국, 미국이 엇갈리고 있다. 북한은 명명백백하게 지난 12월 20일 조선중앙통신사 논평을 통해 조선반도의 비핵화란 남과 북, 한반도 영역뿐 아니라 한반도 주변에 있는 한반도를 겨냥한 모든 핵 위협 요인 제거라고 밝혔다. 북한은 결국 한반도뿐만 아니라 한반도 주변 모든 영역을 포괄하고 있는데, 순차적 공정을 보면 바로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미 군사훈련과 나아가 주한미군의 존재가 다 없어지는 것이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점을 이번에 명백히 했다. 한미 군사훈련이 계속 진행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그 어떤 비핵화 조치는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 한번 못 박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한 측면은 9월 평양회담, 4월 판문점 선언 이후에 서울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한미 군사 훈련에 예를 표시했다‘는 말이 대단히 많이 돌았다. 그런데 이번 신년사에는 ‘나는 한미 군사훈련을 반대한다. 한국은 이것을 명백히 알아들어라’는 김정은의 메시지가 담겼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북한과 교류, 협력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남북관계에서 김정은은 한미 군사연습 중지, 전략자산과 전쟁장비 반입 중지를 명명백백하게 언급했다. 이것은 현재 한국과 미국 사이의 상황을 심층분석하고 내놓은 것이다. 2019년은 한국에 있어 한미동맹에 대단히 중요한 시기다. 군사연습 문제도 있고, 다른 하나는 한국과 미국 사이에 방위비 분담문제와 관련해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의 입장은 분담금을 늘릴 수 없다는 것이고, 미국 정부의 입장은 분담금을 늘리라는 것이다. 우리가 눈여겨볼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회담 때 한미연합훈련이 북한에 상당히 도발적인 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인식을 보면 올해에 방위분담이 잘 안 되면 미국 자체가 한미군사연습도 중지하고 앞으로 주한미군을 뺄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이런 한미 관계를 김정은이 정밀 분석하고 군사훈련중지 문제를 던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이제는 경제협력 문제다. 금강산관광이나 이런 문제는 지금 대북 제재에 얽혀있는 문제인데, 우리 정부가 과연 미국을 설득해서 재개할 수 있겠나. 내 생각에는 거의 불가능한, 미국이 이것은 절대 풀어주지 않지 않겠나 생각한다.”

-대미 메시지도 많이 담겼는데,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강조했다.

“이번에 김정은이 대미 부문에서 밝힌 내용을 한마디로 압축해보면 2019년에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더 굳히면서 미국과 북한 사이의 협상을 핵 군축 협상으로 좁혀가겠다는 것이 명명백백하게 나와 있다. 신년사 내용을 순차적으로 보면, 김정은은 지난해 6·12 싱가포르 공동선언에서 북한과 미국이 이미 조미관계를 새롭게 하고 또 평화체제 구축과정을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로 나간다는 것에 합의했다. 그러니 이 합의대로 미국이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지켜라는 내용을 신년사에 넣었다. 또 핵무기의 제조, 실험, 사용, 보급 이 4가지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도 상호 간 조치를 지키라는 내용도 나온다. 쉽게 이야기하면 북한은 이미 지난해에 핵보유국이 되었고, 미국도 이를 공식 인정하고 같은 핵보유국의 입장에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1차적으로는 단계적인 핵군축 협상을 시작하자는 의도를 밝힌 것으로 본다.”

-특히 ‘인내심을 오판하거나, 제재 압박을 계속할 경우에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발언도 있었다. 어떤 의미라고 보나.

“그 대목을 김정은이 어디에 끼워 넣었는지를 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말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한 뒤에 넣었다. 그러면 만나자고 하면서 왜 이렇게 동시에 공갈을 할까하는 의문이 생긴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의 생산, 실험, 사용, 확산을 안 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자신의 공약을 이야기하고 뒤에 와서는 공약을 깨버리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게 무엇인가. 결국은 핵을 가지고 있는 북한이 핵무기를 고도화하는 미사일 실험이나 핵실험으로 다시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을 언급한 하나의 협박 전술이라고 볼 수 있다.”

-국제사회의 공통된 의견은 북한이 비핵화에서 진정성있는 움직임을 먼저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계속 북한의 입장과 충돌하고 있는 상황인데 앞으로 북한은 이런 문제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하나?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올해에 제재를 풀기 위해 핵포기와 같은 통 큰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절대 김정은이 제재를 풀기 위해 핵을 포기하는 결단은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번 신년사에서 일맥상통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핵은 끝까지 가지고 자력갱생을 해서 장기전에 대비하겠다는 것이고, 이것이 김정은의 계획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면 지금부터 결국은 핵을 가지고 있는 김정은, 장기전에 대비하는 김정은 대 국제사회, 구체적으로 말하면 김정은 대 미국과 한국 사이의 기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기싸움에서 시간은 어느 편에 있는가. 나는 시간이 미국과 한국 쪽에 있다고 본다. 미국과 한국이 바로 이 대북제재라는 카드를 잘 활용하면 결국은 북한의 비핵화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 수 있다.

올해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해외에 나가 있는 7만 명의 노동자가 올해 말까지 북한으로 귀환해야 한다. 원래 지난해부터 북한 노동자들의 귀환이 시작돼야 하는데, 지난해에 미국과도 회담하고 한국과도 3차에 걸쳐 회담하고 하니 많은 나라에서 ‘아, 대북제재는 이제 곧 풀리겠다. 핵을 포기하면 제재가 풀리니까 노동자들은 안 돌아가도 되겠지’라고 생각했고,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아직도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아 대북제재가 계속된다면 올해 하반기에 신규 노동자 허가나 기존 계약이 다 취소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북제재 카드를 미국과 한국 정부가 잘 활용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것이다.”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했고 ‘평화’라는 용어도 작년에 비해 두배 정도 더 많이 등장했다. 이에 미뤄 김정은 위원장이 생각하는 2019년 비핵화 그리고 평화 구축 로드맵은 어떤 것이라고 보나.

“한국을 내세워 미국을 견인한다는 전술을 세우고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핵을 가진 북한과 한국이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틀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새로운 구도를 2019년에 만들겠다는 게 김정은의 야심이라고 볼 수 있겠다.”

-가장 관심사안은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다. 어떻게 전망하나.

“서울 답방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 김정은이 서울까지 내려오려면 이번 신년사에서 제기한 여러 가지 요구사항 중에 하나라도 관철이 돼야 한다. 지금 김정은이 제일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인데, 이 문제에 대해 한국정부가 답을 준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서울까지 내려올 수 있다. 그런데 미국 정부의 제약을 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서울답방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