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조정래, 北 기아현실 다룬 소설 게재

중진작가 조정래(63)씨가 대하소설 ’한강’ 완간 이후 4년만에 장편소설 ’인간 연습’을 문예지에 발표했다.

계간 ’실천문학’ 봄호에 1회분을 발표한 이 작품은 원고지 550장 분량의 경장편 소설. 다음호에 2회를 싣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조씨는 3일 “그동안 대하소설을 많이 썼으니 이제 500-600장 분량의 장편소설을 쓰려한다”면서 “이번 작품은 비전향장기수들이 바라보는 사회주의 몰락과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의 현실을 다뤘다”고 말했다.

소설의 주인공 윤혁은 비전향장기수로 30년간 복역한 인물. 겉으로는 전향했지만 속으로는 사회주의 사상을 버리지 못한 인물이다. 그는 옛 소련이 하루아침에 몰락하는 것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진다. ’사상의 조국’의 급작스런 붕괴에 절망한 동료 박동건은 이 때문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윤혁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자신이 살아남은 것은 부모 잃은 남매와 인연을 맺고그들을 도와왔기 때문임을 느낀다. 친구의 죽음 이후 주인공은 1980년대 감옥에서 만난 젊은 노동운동가로부터 수기를 써보라는 권유를 받는다.

수기를 발표한 그는 어느날 여자 독자로부터 편지를 받는다. 이를 계기로 만난여자는 한국전쟁 때 대학병원의 간호사 출신. 윤혁과 동명이인이던 인민군 장교가 부상당했을 때 치료해줬던 여자다.

그녀는 사병 부상자부터 먼저 치료하라는 인민군 장교의 행동에 감동을 받아 인민군을 따라 지리산에 들어갔다. 이후 붙잡혀 10년형을 살고나와 산파 일을 하며 돈을 모아 고아원을 운영해왔다.

비록 동명이인이지만 윤혁의 수기에서 과거 인민군 장교의 모습을 본 여자는 쉴자리를 마련해놓을테니 말년에 고아원에 와서 함께 살자고 편지에 쓴다. 이를 계기로 주인공은 그동안 돌봐왔던 남매를 데리고 고아원에서 행복한 말년을 보낸다.

조씨는 “소설의 마지막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한 것은 민족통일의 전망을 밝게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장기수가 ’인간의 꽃’인 아이들과 말년을 보내는 모습은 사상을 넘어서는 미래지향의 희망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주의 사상을 비롯해 모든 이상적 이념은 인간답게 살고싶어한 연습에 불과하며, 역사가 계속되는 한 이러한 연습은 계속될 것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도 결국 인간적으로 살고 싶은 욕망이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사회주의 몰락의 원인을 여기서 찾고자 했고, ’인간 연습’이라고 제목을 지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사상을 넘어서는 것은 사랑과 인간에 대한 신뢰입니다. 통일도 그러한 바탕에서 이뤄지리라 봅니다.”

조씨는 사회주의 몰락의 원인을 문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2년전부터 ’수수께끼의 길’ ’안개의 열쇠’ 등 중단편 연작소설을 잇따라 발표했다.

그는 “연작소설은 그동안 발표한 세 편으로 마무리하고 분단 문제에 관한 소설은 장편 ’인간 연습’으로 끝내려 한다”면서 “앞으로는 분단문제에서 벗어나 그동안발표한 작품들과 전혀 다른 소재로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소설에 담겠다”고 밝혔다.

차기작은 2차 대전 당시 강대국들이 약소국에 저질렀던 횡포를 600장 분량의 소설에 담아낼 계획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