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학생들도 해외명문대 석박사과정 진학

탈북 학생들이 남한 대학에서 공부한 뒤 잇따라 미국과 일본의 명문대학 박사과정에 입학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지난 1999년 탈북해 2003년 입국한 김영수(가명)씨는 Y대 물리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친 뒤 이번에 미국 핵공학 분야 최상위권인 남부의 한 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김씨는 16일 “이곳에서 핵공학을 연구해 장차 북한 핵문제가 해결될 때 영변 원자력발전소가 테러분자들의 손에 들어가지 않고 평화적으로 사용되도록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고체물리쪽을 택하면 LCD(액정표시장치) 개발처럼 재료공학과 비슷해 돈벌이가 잘 되지만 나는 입자나 핵물리 같은 순수과학을 연구하고 싶다”며 “원래 북한에 있을 때부터 그랬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수학 계산을 좋아했다는 그는 북한에서 각종 수학및 물리 경시대회에 입상했고 북한의 각도에 한개씩 있는 과학고에 해당하는 함경북도 청진 제1고등중학교를 졸업, 과학기술 인재 양성기관인 리과대학 재학중 탈북했다.

그는 남한에 와서 공부할 때 수학과 물리는 한글 용어가 좀 달라도 북한에서부터 국제물리올림피아드를 준비하느라 러시아어와 일본어를 배우고 러시아에서 나온 영문판 문제집을 공부했기 때문에 영어 원서를 보는 데 별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가장 어려웠던 게 영어였는데 유학을 준비하던 지난해 서울 종로의 모학원에서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공부하게 해 준 덕을 많이 봤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입학 사정 때 탈북자라는 점이 유리하게 가산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학점이 모자라서 지원서에 탈북자라는 사실을 설명할 수 밖에 없었다”며 “이전에 일본에도 좀 있어 봤는데, 북한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경계하면 경계했지 가산점을 준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2007년 결혼해 오는 8월 돌을 맞는 갓난아이를 둔 그는 “등록금은 면제인데 강의조교를 하면 달마다 생활금이 좀 나온다고 해도 세 식구가 빠듯하게 지낼 것 같아 장학금을 타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탈북자 후배들에게 “있는 위치에서 열심히 하면 주변에서 적극 도와주는 사람들도 생기니 무엇보다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탈북자로서 한국 대학을 졸업하고 이공계통에서 미국 대학의 박사과정에 입학한 경우는 김씨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씨외에도 국내 대학을 거쳐 올해 일본 명문대학 박사과정에 입학한 탈북자도 있으며 미 하버드대 MBA과정을 밟고 있는 탈북 학생도 있다.

탈북자중 국내 박사는 벌써 여러명 배출됐으며 올해초 이애란(45)씨는 탈북여성으로는 최초로 이화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현재 서울전문학교 호텔조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