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여성 위장결혼 덫에 빠지기 쉬워

탈북여성이 국내 정착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들이 `목돈’을 만질 수 있는 위장결혼의 유혹에 노출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울산 남부경찰서는 13일 중국인과 위장결혼을 한 뒤 허위 혼인신고서를 제출해 이 중국인이 한국에 입국하도록 도운 혐의(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로 탈북자 A(41.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1997년 6월 북한을 탈출해 2004년 7월 국내에 들어오기 전까지 중국에 머물면서 도움을 받은 중국인 B(45)씨를 국내에 입국시키기 위해 2005년 5월 울산시 중구에 허위 혼인신고서를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탈북주민 C(45.여)씨는 2004년 2월 입국한 뒤 위장결혼으로 중국동포 남성을 입국시켰다가 지난해 4월 적발됐고, 2003년 입국한 탈북자 D(42.여)씨는 `입국 수수료’를 받는 대가로 중국 남성과 위장결혼했다 올 6월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은 급격한 환경 변화로 한국사회에 적응이 힘들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탈북여성에게 `수수료’ 명목으로 한 번에 수백만원을 쥘 수 있는 위장결혼은 매우 강한 유혹으로 다가온다고 설명했다.

울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중국인 등이 연루된 위장결혼 사건을 조사하다 보면 탈북자가 관련된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인 만큼 한 번에 400만원 가량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점은 큰 유혹일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울산지역의 탈북자는 모두 170명. 이 가운데 121명이 무직이거나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정부 보조를 받는 기초생활수급자도 72명에 달한다.

시 관계자는 “울산지역의 탈북주민은 여성이 대다수인 데다 북한 탈출 당시 심한 고생을 한 탓에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이 많다”며 “아르바이트로 월 120만원 정도를 벌거나 정부 보조를 받지만 가족까지 보살피려면 매우 벅찬 처지”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은 탈북자의 위장결혼이 대단히 심각하다고 볼 상황은 아니다”며 “탈북주민은 취업이나 공동체 생활 등에서 한국사회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지역사회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