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북미 관계정상화’ 언급 주목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22일 북한의 비가역적 비핵화 조치를 전제로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정상화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북한에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곤 했지만 북한의 2차 핵실험 강행 이후 악화되기 시작한 이후 미국의 외교수장이 작심하고 한 발언으로 읽혀져 특히 눈길을 끌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 차 태국 푸껫을 방문 중인 클린턴 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자청, “북한이 완전하고 비가역적인 비핵화에 동의하면 우리는 관계정상화를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북한을 비핵화 과정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최근 외교가에 회자되고 있는 ‘포괄적 패키지’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클린턴 장관은 “북한이 비가역적인 비핵화에 나선다면 미국과 파트너들은 보상과 북미관계정상화 기회 등이 포함된 패키지를 진전시킬 것”이라고 말해 이른바 포괄적 패키지의 내용에 관계정상화 카드가 포함돼있음을 분명히했다.

그는 이 발언에 앞서 러시아와 일본, 한국, 중국의 외교장관과 잇따라 양자회담을 가졌음을 상기시켰다. 자신의 발언이 이른바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 5개국의 협의를 거쳐 나온 것임을 강조하려는 취지로 읽혔다. 특히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과 회담을 거친 것은 포괄적 패키지의 내용에 중국도 최소한 반대하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하는 외교적 제스처로 풀이됐다.

클린턴 장관은 “오늘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 대표들과 만나 북핵 문제를 논의했다”며 “5자 모두 비가역적인 비핵화라는 목표뿐만 아니라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현지 외교소식통들은 이번 발언을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경색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한 핵문제 해결 방안으로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클린턴 장관은 그러나 동시에 ‘완전하고 비가역적인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동의’라는 관계정상화의 전제조건을 분명히 했다.

이는 북한이 과거 6자회담에서 2.13합의와 10.3합의를 했음에도 나중에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시간을 끈 것을 비판적으로 지적하고 오바마 정부는 북한의 그런 행태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면서 클린턴 장관은 “우리는 북한이 협상테이블에 돌아온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보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돌아오지 않으면 국제적인 고립과 제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가역적 비핵화를 북한이 받아들일 경우 북.미 관계정상화를 포함한 다양한 포괄적 조치가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현재의 제재와 압박이 계속될 것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읽혔다.

외교 소식통은 “클린턴 장관은 5자 및 국제적인 압박과 제재를 강조하면서도 비가역적인 비핵화를 위한 협상테이블로의 복귀가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며 “이는 ‘제재와 대화 재개 노력의 병행’이라는 이른바 ‘투 트랙’ 접근이 당분간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