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영변만 비핵화’ 고수하는 북한…타협 가능성은 있나

김정은 금수산태양궁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5일 김일성 생일을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하노이 결렬 이후 향후 정책방향을 밝혔다. 하노이 회담 같은 회담은 할 의욕이 없으며, 미국이 3차 북미정상회담을 하자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지만 미국이 먼저 자세전환을 해야 하고, 협상 시한은 올해 말까지라는 것이다. 미국과의 장기 대치를 각오한 북한은 자력갱생을 전면적으로 내세우며 제재 해제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에서 비핵화의 궁극적인 목표지점 제시를 요구한 미국에 대해 “전혀 실현 불가능한 방법에 대해서만 머리를 굴리고 회담장에 찾아왔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그러한 궁리로는 백 번, 천 번 우리(북한)와 다시 마주앉는다 해도 우리(북한)를 까딱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며, 영변 외 비핵화의 의사가 있는지를 타진한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뜻이 없음을 밝혔다. 영변만 비핵화하겠다는 하노이의 입장에서 물러설 뜻이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것이다.

오히려 김 위원장은 3차 북미정상회담을 하더라도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이라며 영변 비핵화마저 호락호락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제재 해제에 집착하지 않기로 한 만큼 “미국이 다른 행동조치 보여야 할 것”이라는 게 북한의 의중을 대변해 온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의 주장인데, 영변 비핵화만이라도 얻어내려면 미국이 보다 많은 것을 내놔야 할 것이라는 게 북한의 생각인 것 같다.

북한 비핵화는 영변 뿐 아니라 영변 외 지역까지 포함

전쟁위기를 넘나들던 2017년의 위기국면이 지난해부터 협상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었던 것은 북한이 비핵화의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말마따나 김정은 위원장이 수차례 미국에게 비핵화의 의지를 밝혔고 거기에 기반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이뤄지면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의 의미가 영변 뿐 아니라 영변 외 지역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비핵화여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사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고 하더라도 영변 외 비핵화에 대해 얼마나 전향적으로 나올지는 여전히 의구심이 많은 상황이었다. 영변 핵시설은 이미 알려져 있는 곳인 만큼 비핵화의 대상임이 분명하지만, 영변 외 핵시설과 핵무기 등은 전모가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은데 북한이 어느 정도나 적극적으로 비핵화에 나설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핵시설과 미국이 주장하는 핵시설 간에 편차가 생기고 어느 범위까지 비핵화의 대상이 되느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질 경우, 비핵화 과정이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우려 섞인 지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러한 우려 지점에 이르기도 전에 커다란 난관을 만나버렸다. 북한이 ‘영변만 비핵화’라는 지점에서 완강히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북한의 단계적 협상전략인지 최종적인 마지노선인지는 모르나 북한이 ‘영변만의 비핵화’를 주장하는 상황에서는 타협의 가능성을 찾기 어렵다.

협상 타개의 근본문제는 영변 외 비핵화

비핵화 협상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영변 외 비핵화’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필수이다. ‘영변 외 비핵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도 넘어야 할 난관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영변만의 비핵화’에 머물러 있다면 비핵화 협상은 더 이상 진전될 수 없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미 모두 표면적으로는 추가 협상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영변 외 비핵화’라는 근본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타협의 실마리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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