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숙 사건’ 中수사결과 공개해야

진경숙씨 송환 집회 참가자들이 북한에 의해 납치된 진경숙 씨 송환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8월 신혼여행 도중 북한으로 납북된 탈북자 출신 한국인 진경숙씨 사건을 수사해온 중국 공안당국이 진씨가 북한으로 넘어갔다가 체포됐다는 수사결과를 우리 외교부에 통보해옴에 따라 납치장소에 대한 진실여부가 새로운 쟁점이 되고 있다.

당시 납치현장에서 위기를 모면했던 진씨의 남편 문정훈씨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진씨가 북-중 국경에 있는 ‘부동촌’이라는 마을에서 가까운 북-중국경지대에서 북한 공작조에게 납치됐다고 주장해왔다.

문씨는 납치경위에 대해서도 “청진에 있는 사촌에게 선물을 전해주려는 목적으로 중국 조선족 허모씨라는 사람을 소개받아, 북한 내 힘있는 사람을 소개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소식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당시 정황을 밝혀왔다.

그러나 중국 공안당국은 최근 수사결과에서 문씨의 주장과는 반대로 “문씨 부부가 북한 보위부측과 연락을 취해 온 상태였으며 ‘북한쪽으로 넘어오면 진씨의 여동생을 데리고 가도록 해주겠다’는 그들 말을 믿고 북쪽으로 넘어갔다가 봉변을 당했다”고 우리 외교부에 통보했다.

중국 공안당국은 문씨가 중국 공안당국의 조사를 받을 때도 이같은 사실을 인정했다고 주장했으나 문씨는 이 사실을 부인했다.

지난 9월에도 국내 정보당국이 진씨가 일본 방송국의 요청을 받아 북한 내 아편재배 동영상을 입수하려다 북한으로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언론에 흘리면서 논란이 일어난 적이 있다.

이러한 국정원의 주장에 대해 문씨는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사건 당일 오전 북측 사람으로부터 청진에 살고 있는 사촌동생과 관련된 자료가 있다고 해서 만난 것이지 아편재배 현장 동영상을 입수하려다 체포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후 아편재배 동영상 입수 시도 중 납북됐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국정원이 공식 해명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북에 진씨 송환 요구하라!”

우리 외교통상부는 지금까지 중국 공안 당국의 수사결과가 나오면 대응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진씨 납북사건에 대한 중국 공안 당국의 수사결과가 문씨의 주장과 배치되면서 정치적으로 난감한 상황에 빠진 것이 사실이다.

<탈북 한국인 진경숙 구출 국민행동> 도희윤 사무총장은 “중국 정부의 수사결과가 문씨의 주장과 달라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우리 정부에게 수사결과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여기에 대한 진실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검증절차를 밟을 것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경숙씨의 남편 문씨는 “중국에서 수사결과는 당시 사건에 가담했던 조선족들의 진술만을 일방적으로 의존한 결과에서 비롯됐다”면서 “중국측이 어떻게 나오든 간에 진씨의 송환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오경섭 사무국장은 “진씨의 납치 경위에 대한 진실은 반드시 밝혀야 되겠지만 이것도 진씨의 생사여부 확인과 한국으로 조속한 송환이 무엇보다 우선”이라면서 “진씨가 현재 북한에서 어떠한 위험에 처해져 있는지 우리 정부가 알고 있음에도 송환노력을 게을리하는 것은 자국민 보호 의무를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진경숙씨 납북사건 경과>

7월 16일 진경숙 부부일행 신혼여행차 중국 장춘 도착
8월 8일 국경지역 부동촌에서 30대로 보이는 괴한 4명에게 납치, 문정훈씨는 이를 뿌리치고 도주
8월 19일 진경숙씨 남편 피랍인권연대 방문하여 납치사실 통보
8월 22일 내부 비선을 통해 진경숙씨가 함경북도 보위부에 이송된 것을 확인
8월 27일 진경숙씨 송환촉구 기자회견 개최
9월 8일 국가정보원과 언론, 진경숙씨 아편재배 현장 동영상을 입수하려다 납치되었다고 발표
9월 10일 외교통상부, 문정훈씨에게 중국당국의 수사협조 방문 요청
10월 5일 진경숙씨 남편 문정훈씨 출국금지
10월 8일 국가정보원 고영구 원장 직권남용(진씨 남편 출금지조치) 혐의 서울검찰청 고발
10월 15일 피랍 진씨 남편 출근 부당 행정심판 청구
11월 16일 피랍 진경숙씨 남편 중 공안에 출두
11월 17일 진경숙씨 석방을 위한 수요 촛불시위 시작
11월 22일 피랍 진경숙씨 관련 조선족 중서 벌금형
12월 20일 중국정부, 진경숙씨 북에서 붙잡혔다는 수사결과 외교부 통보

박인호 기자 park@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