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재소자도 기피하는 석지 작업, 北 농민들 매달려 돈벌이

“겨울나기 걱정에 가족 단위로 부업”…국내서는 석면 작업 일체 금지

최근 북한 협동농장원들이 제작한 석지. /사진=데일리NK 내부 소식통 제공

올해 북한 농사작황이 전반적으로 부진하자 일부 농장원들이 가을걷이에 나가지 않고 장사나 부업에 매달리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알곡 수확량이 예년보다 크게 줄면서 개인 분배도 한 달치 식량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 이번 겨울을 날 식량은 개인이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양강도 감자 농장에서는 작년에 6개월 분을 분배했지만 올해는 고작 한 달분에 그쳤다고 한다.

이 때문에 북부지방 일부 농장에서는 수확철에도 가족 단위로 중국인 사업자가 발주한 석지 제조에 뛰어들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이 6일 전해왔다.

석지 제조는 가로 30cm, 세로 15cm 크기의 직사각형 판에 기름종이를 두르고 그 위에 하얀 석면을 입히기 위해 밀대를 굴리는 작업이다. 중국인들이 한식 같은 명절날 바다에 등불을 키운 배를 띄우는 데 석지를 이용한다.

석지 제조는 그동안 중국 내 재소자들이 하던 작업이었는데 다량의 석면을 포함하고 있어 건강 상의 문제로 중국에서도 기피 대상이 됐다. 이것을  중국 사업자와 북한 무역업자가 손을 잡고 북한으로 자재를 들여와 제조하고 있다.

소식통은 “농사가 안 되는 바람에 농민들이 이 작업으로 돈벌이를 하겠다며 신청하자 실적이 많이 올랐다”면서 “주문량이 폭주하자 중국 사업자는 ‘북한에 무슨 죄수가 그렇게 많냐’며 놀라워서 물어볼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을은 수확을 해서 분배를 받는 계절이어서 ‘개 주둥이에도 이밥 꽃이 핀다’고 했다”면서 “예전 같으면 주는 분배만 받고 가만히 있었겠지만, 요새는 다르다. 다들 먹고 살 궁리를 따로 한다”고 말했다.

석지 작업이 유행하는 농장에서 농민들 상당수가 장사를 나가거나 석지 작업으로 출근을 하지 않자 농장 지배인과 간부들이 집을 방문해 ‘일을 나오지 않으면 분배도 없고 보안소에 간다’면서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석면은 섬유성에 질긴 데다 뜨거운 열에 잘 견디는 내열성까지 갖춰 상업적으로 다양한 활용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폐로 흡입할 경우 폐암이나 악성중피종 등을 일으키는 1군 발암물질로 국내에서는 2015년부터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