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전시 대피훈련 주민, 타인 텃밭 옥수수 몰래 따먹어”

진행 : 매주 수요일 북한 경제를 알아보는 ‘장마당 동향’ 시간입니다. 26일 이 시간에는 강미진 기자와 함께 북한 장마당 상황 알아볼텐데요. 먼저 ‘한 주간 북한 장마당 정보’ 듣고 강 기자 모시겠습니다.

지난주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북한 장마당에서 팔리는 물건 가격 알려드립니다. 먼저 쌀 가격입니다. 평양에서는 1kg당 5800원에, 신의주에서는 5850원에, 혜산은 616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입니다. 달러는 1달러 당 평양 8,280원, 신의주 8250원, 혜산은 8,36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옥수수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은 2200원, 신의주 2250원, 혜산 23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5000원, 신의주 15000원, 혜산 15500원입니다. 이어서 기름 가격입니다. 휘발유는 평양과 신의주에서는 1kg당 10000원, 혜산에서는 9500원에 거래되고, 디젤유는 1kg당 평양 5900원, 신의주 6000원, 혜산은 62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 주간 북한 장마당 동향’이었습니다.

1. 네 지금까지 북한 장마당 물가에 대해 들었는데요, 초가을을 맞은 북한 대부분 장마당들에서 햅 옥수수, 그러니까 최근 수확된 옥수수가 주민들에게 인기라고 하는데요, 오늘 이 시간에는 강미진 기자와 함께 북한 장마당에서의 옥수수 판매현황에 대해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강 기자 관련소식 전해 주시죠.

네, 북한 대부분 장마당들에서 햅 옥수수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옥수수라면 어른아이, 또 어르신들도 좋아하는 음식이잖아요, 더구나 여름이 지나서 처음으로 맛보는 음식이라 주민들은 너도나도 구매를 한다고 합니다. 햅 옥수수 이야기를 하니 입안에 군침이 도네요. 북한에서 생활 할 때 집 앞 텃밭에 심어놓은 옥수수를 심어서 이맘때면 솥에 삶아 즐겨 먹곤 했는데요, 한국의 농촌분위기는 어떤지 잘 모르지만, 북한의 농촌분위기는 저녁 마을 사람들이 마당에 빙 둘러 앉아 그날 있었던 재미난 이야기를 합니다. 아이들 이야기도 하고 북한 여성들이 속상해하는 문제가 많잖아요, 남편이 돈이 안 되는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속상하다는 등 재미있고 웃음이 있는 이야기로 웃고 떠들던 모습들이 눈에 선하네요. 아무튼 북한 주민들이 햅 옥수수로 긴 여름의 속상했던 마음을 털어버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 마음도 즐겁습니다.

2. 북한 주민들은 식량 해결을 위해 대부분 가정들에서는 햅 옥수수로 바로 먹기보다 제대로 영글 때까지 놔둔다고 하는데 지금 장마당에서 팔리는 옥수수는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네 지금 옥수수 한 이삭(개)에 500원 한다고 합니다.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50원이나 100원 정도 가격차이가 나기도 하는데요, 일부 초가을에 식량이 부족한 농장 가정들과 일부 농사를 짓는 가정들에서 가을까지 기다리지 않고 햅 옥수수를 삶아 팔게 됩니다. 통상적으로 옥수수 7이삭(개) 정도라야 옥수수 1kg이 되는데요, 오히려 햅 옥수수를 팔면 가을 다 된 옥수수를 수확하는 것보다 이득이 될 때도 있답니다. 지금 같은 경우 옥수수 1kg은 2200원에서 2300원 정도를 하는데요, 햅 옥수수 500원 하는 것에 비하면 다섯 이삭만 팔면 옥수수 1kg을 살 수 있거든요, 가을 옥수수 1kg을 만들려면 옥수수 7개가 있어야 하잖아요, 지금 7이삭이면 3500원이 되거든요. 그러니까 생각해보세요, 가을까지 두었다가 수확하는 것보다 어찌 보면 지금 햅 옥수수로 팔아서 돈을 만드는 것도 한 측면에서 보면 이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3. 네 듣고 보니 지금 판매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이득이 될 수도 있겠네요, 그러면 대부분 주민들이 모두 햅 옥수수를 파나요?

대부분 주민들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주민들은 대부분의 옥수수를 늦가을까지 두었다가 옥수수가 완전히 다 여문 다음에 수확을 하는데요, 좀 전에 이야기 했던 것처럼 햅 옥수수로 팔아서 그 돈으로 옥수수를 살 수도 있지만 돈을 가지고 있으면 뭘 사든 또 사게 되고 이것저것 사용하다보면 생각처럼 옥수수를 살 수 없는 경우도 있답니다. 하지만 다 여문 옥수수는 눈에 보이는 것 자체가 식량이기 때문에 쉽게 팔 수 없기도 하답니다. 제가 살 던 동네에서는 햅 옥수수를 파는 집들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은 가을까지 놔뒀다가 알이 다 여문 후에 수확하는 집들이 대부분이었답니다.

4. 지금 한국에서는 햅 옥수수가 거의 끝날 무렵이기도 한데요, 북한은 지금이 한창인가보네요?

네, 북한에서는 지금이 햅 옥수수 수확철입니다. 8월 15일이 지나면 햅 옥수수가 나오기 시작하고 9월 초까지 맛볼 수 있는데요, 햅 옥수수는 품질이 식량으로 만들 수 있는 옥수수와 품질이 다르거든요, 북한 주민들은 흔히 올 종(種)이라고 부르는데요, 빨리 되는 종자라는 의미의 이름이거든요, 이런 올 종 옥수수들은 여러 가지가 있답니다. 제가 농업전문인이 아니어서 옥수수 품종의 이름은 잘 모르지만 점박이 올 종도 있구요, 흰색의 찰옥수수도 있답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옥수수가 갓 나오기 시작한 8월 중순에는 옥수수 한 이삭이 800원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차츰 여러 집들에서 삶아 장마당에 내다 팔다보니 자연스럽게 가격이 하락됐고 지금의 가격인 500원 선을 유지하게 됐다고 합니다. 또 얼마 안 있으면 햅 옥수수가 없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옥수수 가격은 더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하는데요, 사실 500원이면 북한 주민들이 옥수수를 즐겨 사 먹지는 못해도 먹고 싶을 때 부담 없이 사먹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소식을 전해온 소식통도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부담 없이 사먹을 수 있다고 전했는데요, 햅 옥수수로 잠시의 즐거움과 웃음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5. 북한 장마당들에서 옥수수가 팔리고 있는 것도 제철 장사인 것만큼 옥수수를 파는 장사꾼들이 어떤 주민들인지 궁금합니다.

네 일상적으로 장마당에서 음식을 팔던 장사꾼들도 있구요, 또 일정한 자리가 없어서 단속원들이 오면 뛰어 다니면서 물건을 판다고 해서 일명 메뚜기 장사꾼으로 불리는 주민들도 농촌들에서 햅 옥수수를 사다가 판매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농촌에서 직접 옥수수 농사를 지은 농민들이나 주민들이 판매하기도 하는데요, 옥수수 삶은 것은 군입질(군것질)을 하기에도 좋고 종일 장사에 지친 장사꾼들의 배를 든든하게 해주는 효자식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합니다. 갑자기 제 친구 생각이 나네요, 장사라고는 한 번도 못해본 그 친구가 농장에서 내라고 하는 지원고기를 사내야 한다면서 집 앞에 심었던 찰옥수수를 장마당에 내다 팔려고 장마당에 나갔는데 다른 장사꾼들은 다 팔았는데 늦은 시간까지도 팔지 못했다며 싼 가격에라도 팔아야겠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는데, 한 사람이 와서 통채로 그것도 제 가격에 사가지고 가 그 친구가 눈물나게 고마워했다고 했었거든요. 그 친구가 그 때 한 말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였어요, 그만큼 절박했던 그 친구에게 맞는 말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6. 대부분의 북한 장마당에서 햅 옥수수가 팔린다고 봐도 되는가요?

네,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북도 그리고 강원도와 자강도 함경남북도와 양강도 전 지역에서 이 시기면 햅 옥수수가 팔리는데요. 먼저 황해남북도에서 먼저 팔리기 시작하면서 점차 북부 고산지대인 양강도에서도 팔리게 됩니다. 제가 북한에 있을 때 일인데요, 8원 9일 쯤 평안남도에 갔었는데 그 때 그곳에서는 햅 옥수수가 팔리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갔던 김에 옥수수 서너 마대를 양강도까지 가지고 와서 팔았는데요, 생각보다 많은 이윤을 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평안남도에서는 친인척에게서 가져오다보니 거저나 다름없는 가격에 가지고 오는데요, 양강도에서 팔 때는 맛은 조금 덜하지만 당시 양강도에서는 햅 옥수수가 나오려면 한참을 있어야 하기 때문에 팔리는 것도 그리 애태우지 않고 무난하게 잘 팔았거든요.

제가 평안남도에서 옥수수를 가져올 때만해도 그곳에서도 옥수수가 잘 팔렸거든요, 왜냐면 햅 옥수수로 팔리는 찰옥수수는 수확에 있어서 일반 옥수수에 비해 힘들기 때문에 찰옥수수를 심는 가정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옥수수는 북한 주민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이고 또 간식대용으로도 좋기 때문에 옥수수 구매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소식통의 말입니다.

7. 최근 북한 당국이 전국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것과 관련하여 옥수수 작황에 손실이 있을 것 같다는 일부 주민들의 말도 전해지고 있다는데 설명부탁드립니다.

네, 지난 25일 북한 내부 소식통이 전한 데 의하면 이번 준전시기간 동안 전연지대에 속해있는 황해남북도의 일부 지역들의 주민들이 울상이라고 하는데요, 준전시와 관련 대피훈련이 있으면서 주민들의 옥수수 밭이 피해를 입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대피훈련에 참가했던 주민들 일부가 저녁시간을 이용하여 개인들이 밭에 심어놓은 옥수수를 몰래 따서 먹었다고 합니다.  주민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매번 전쟁이다 훈련이다 하면서 주민들만 못살게 하고 또 이번에는 다 된 옥수수까지 손해 보게 됐다며 불만을 터뜨린다고 합니다.

8. 주민들에게는 한 이삭의 옥수수도 소중할 텐데 이번에 준전시 대피훈련기간에 손해를 본 주민들에 대한 보상은 물론 없겠죠.

네, 북한 주민들에게 나라에서 보상을 받는다는 것은 꿈같은 일인데요, 준전시기간에 산골지역에 모여든 대피주민들 일부가 그 지역 주민들의 옥수수 밭을 해쳤다고 해서 해당 지역에서 보상해주지도 않거니와 오히려 옥수수 손해로 불만을 표시한 주민들이 오히려 비판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수도 있답니다. 피해주민들이 해당 간부들에게 사태에 대해 말을 하게 되는 경우 준전시이고 상황에 따라 주민들이 몇 이삭 구워먹을 수도 있는데 그런 것을 가지고 쩨쩨하게 노냐는 핀잔을 듣기가 일쑤라는 것이 주민들의 말입니다. 북한에서는 해마다 9월이면 정기적으로 주민 대피훈련이 진행되는데요, 주민들이 대피훈련으로 집을 비운 사이에 도적이 드는 일이 지역마다 흔치 않게 벌어집니다. 이번 준전시관련 대피훈련 때뿐이 아닌 이럴 때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도 국가에서는 보상이 없는데 하물며 밭에 있는 옥수수 피해보상을 해주겠냐고 주민들은 비웃는다고 합니다.

9. 궁금한 점이 있는데요, 많은 탈북자들이 한국정착 과정에 고향에서 먹던 음식들을 많이 생각한다고 하던데 어떻습니까? 북한 옥수수 맛과 한국에서의 옥수수 맛을 비교해볼 수 있을까요?

네, 많은 탈북자들은 한국의 곳곳에 있는 함흥냉면, 평양냉면 등 북한 음식점들에서 만든 냉면을 먹으면서 북한에서 먹었던 그 맛이 나지 않는다고 이구동성으로 말을 하는데요, 저 역시도 함흥냉면을 먹고는 실망했습니다. 정말로 함흥에서 먹었던 그 냉면 맛이 나지 않았는데요, 저의 아파트에 사시는 언니 한 분이 제가 북한에서 먹었던 그 냉면 맛이 나지 않는다는 말에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딱히 명쾌한 답을 드리지는 못했는데요, 제가 찾은 답을 말씀드린다면 북한에서는 국수도 별미로 어쩌다 한 번씩 먹습니다. 그러니 맛있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리고 북한은 모든 것이 부족하다보니 비료를 사용하지 못하고 키우는 곡물이 대부분이잖아요? 그러다보니 맛이 밋밋해집니다.

그리고 조미료를 많이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여서 깔끔한 맛을 유지한다고 봐야 할까요, 그것처럼 옥수수 맛도 같지 않을까 싶은데요. 한국에서는 일부 옥수수에 단맛을 내는 재료는 넣기도 한다고 하더라구요. 북한에서의 옥수수는 생으로 삶아도 맛있었던 이유가 위에서 말한 그런 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오늘도 농촌동원과 건설동원으로 힘든 하루를 보내고 계시는 북한 주민여러분 힘든 일상이지만 통일의 날이 곧 그리고 꼭 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시길 바라면서 인사전합니다.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