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자님, 기자직 걸고 이야기해 봅시다”

세계일보 조현일 기자님. DailyNK의 곽대중 기자입니다.

저희 DailyNK에서 지난 1월 18일 최초로 보도했던 이른바 ‘회령 동영상’ – 북한의 반체제조직인 ‘자유청년동지회’가 함경북도 회령군에서 김정일을 반대하는 격문을 부착하고 선언문을 낭독하는 장면이 촬영된 동영상이 조작되었다는 기사를 작성하셨더군요. 세계일보 인터넷판에는 “일부 탈북자 反김정일 동영상 조작설 제기”라고 되어있고,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뉴스란에는 아예 “反김정일 벽보 동영상 조작됐다”고 제목을 달았더군요. 졸지에 저희 DailyNK 기자들은 조작된 동영상에 놀아난 얼치기들이 되어버렸군요.

조기자님의 기사를 보건대 조작되었다는 구체적 내용은 “중국의 한 탈북자가 북한 회령에 있는 ‘1.17호 공장’ 등의 전경 촬영장면을 건네 받아 중국 모처에서 김정일 위원장 비판 내용을 따로 찍어 합성한 뒤 K씨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입니다.

각설하고 동영상을 살펴봅시다. 물론 기자님은 회령 동영상의 완전한 동영상을 보셨을 리 없습니다. 언론에 공개되고, 저희 사이트 ‘동영상’란에 올려진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셨나 본데, 원본에는 ‘벽보 이후의 화면’들이 많답니다. 즉, 동영상을 촬영한 익명의 카메라맨은 벽보를 촬영한 이후에 화면의 단절 없이 그대로 밖으로 빠져나와 공장 단지를 걸으며 주위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조기자님의 기사는 ‘회령의 공장은 확실하지만 그 다음 벽보 화면 등은 중국에서 촬영된 것이고 그것이 짜깁기 된 것’이라는 식입니다. 조기자님은 공장 → 벽보 → 다른 벽보 → 학교 → 성명서 낭독 형태의 ‘끊겨 편집된’ 화면을 보셨기 때문에 중간에 조작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셨나본데, 원본은 공장 → 벽보 이후에 다시 그 공장이 끊김없이 이어지며, 다른 벽보 → 학교 사이도 끊김이 없습니다. 저는 조기자님이 원본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원본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그런 기사를 쓰셨다면 솔직히 그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바로 이것입니다. 조기자님은 기사에서 “백주 대낮에 반체제 활동을 한다는 것은 아직 불가능한 얘기”라는 통일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조작설의 근거로 삼으시려 하는데, 기본적인 논리 판단력이 있다면 이 인용문과 조작설이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백주 대낮에 반체제 활동을 할 수 없으니까 그것은 조작이라는 것입니까? 아니죠. ‘백주 대낮에 그런 활동을 하는 것을 찍었으니 대단하다’는 전혀 반대의 답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아아, 알겠습니다, 이런 반론을 하시려는 거죠? 그 화면은 ‘자유청년동지회’라는 단체의 활동을 제3자가 찍어서 제공한 것이 아니라, ‘자유청년동지회’라고 표방하는 단체가 스스로 부착하고 촬영한 것이라고……. 그렇다면 그건 조작이 아니죠. 자작(自作)이죠. 조작과 자작의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 모르십니까?

실제로 동영상은 자작으로 보이며 저희 DailyNK 역시 이를 분명히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자작이라고 하여 그 영상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쨌든 우리는 그 동영상을 통해 북한내 반체제 활동의 움직임을 아주 미약하고 초보적인 수준이나마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요.

기사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합니다

하여간 조기자님. 기자님이 ‘조작’을 기사를 통해 전하려고 하셨으면 원본을 보시고 분명히 어느 부분이 어떻게 조작되었는지를 밝히셔야 합니다. 능력 있는, 아닌 기본적으로 상식 있는 기자라면 영상전문가의 조언 정도는 들어가줘야 기사의 구색이 맞습니다. 그런데 몇사람만의 이야기를 근거로 무턱대고 조작이라니, 기자님은 ‘이런 이야기도 있더라’는 식으로 기사를 쓰셨는지 몰라도 한달 넘는 기간동안 그 동영상을 검증하면서 기사를 준비했던 저희들로서는 참으로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구나 기자님은 그 동영상으로 인해 회령에서 공개총살이 있었다는 전혀 앞뒤 안맞는 이야기까지 여과없이 기사화하셨습니다. 회령의 공개총살 소식은 이미 DailyNK를 통해 자세히 보도된 바 있습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공개총살이 아니라 ‘실내처리’인데, 그 시점은 늦어야 올해 1월 10일 입니다. 반면 저희가 회령 동영상을 공개한 날짜는 1월 18일 입니다. 그렇다면 북한 사법기관은 저희 동영상 공개를 예지력을 통해 알았던 것일까요? 한 술 더떠 “한 사람(동영상을 촬영한 사람)의 잘못된 행동이 이런 끔찍한 일을 가져왔다”고 탈북자의 말을 인용하셨더군요. 세상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덮어씌우기가 어디 있답니까?

더 할 말이 많지만 논점만을 분명히 하는 차원에서 이만 줄입니다.

조기자님. 이제 기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때입니다. ‘무심코 던진 돌맹이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저잣거리의 말처럼, 기자는 희한한 것 하나 발견했다고 무심코 쓰신 기사에 저희는 신문의 공신력이 왔다 갔다 한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해, 기자증 내놓고 한번 따져봅시다. 기자님이 동영상의 조작을 분명히 밝히신다면 저는 기자직을 내놓고 떠나겠습니다. 그런 농간에 속는 기자가 기자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쪽 팔려서 어디 기자라고 명함이나 내밀겠습니까. 물론, 반대의 경우라면 기자님이 똑 같은 책임을 지셔야 할 것입니다.

조기자님의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DailyNK 곽대중 기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