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차 남북장관급회담 의제와 전망

오는 21일부터 나흘간 서울에서 열리는 제15차 남북 장관급회담은 13개월 만에 열리면서 작년 7월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를 회담을 통해 본궤도에 올려놓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이번 회담은 작년 5월 4∼7일 개최된 제14차 회담 이후 처음인 데다 지난 17일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남북간 다양한 현안의 큰 줄기에 합의한 다음에 열리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이 때문에 장기간 끊어졌던 회담의 맥을 되살리는 동시에 지난 17일 큰 줄기에 공감한 각종 현안의 후속조치를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의제는 사전 협의를 통해 정하지 않는 게 일반적인데다 미리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측면이 강한 만큼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회담 나흘 전에 정 장관과 김 위원장이 면담 및 오찬을 가지며 장관급 회담에서 나올 만한 것들을 대부분 다룬 만큼 대충 짐작이 가능하다.

정부 당국자는 “정 장관과 김 위원장 사이의 면담에서 논의된 사항들이 결과적으로 보면 사전에 의제를 정해 놓은 것처럼 됐다”면서 “특히 면담 당시 대부분 큰 틀에 합의한 만큼 장관급회담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협의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장관이 지난 달 20일 “정치ㆍ군사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장관급회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방북 당시에도 “제15차 회담부터는 냉전종식과 평화정착을 위한 논의가 본격 시작되기를 바란다”고 희망한 것에 비춰 경제협력 뿐 아니라 정치 및 군사 분야에도 상당한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최대 관심사는 2002년 10월 제8차 회담 이후 우리측이 매번 핵심 의제로 내세운 북핵 문제가 될 전망이다.

마지막 6자회담이 개최된지 딱 1년만에 열리는 장관급회담인데다 최근 6자회담 재개 가능성과 맞물리면서 그 논의 내용에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측은 김정일 위원장이 “미국이 북한을 인정ㆍ존중하고 그 것이 확고하면 7월에라도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다”고 밝힌 바탕 위에 회담 복귀를 설득하고 6자회담이 열리면 실질적인 진전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위원장이 우리 정부의 ‘중대제안’ 설명에 대해 “신중히 연구해 답을 주겠다”고 밝힌 만큼 그 답이 이번 회담에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에 따라 공동보도문에 핵문제가 언급될지, 언급된다면 그 알맹이가 어느 정도 ‘영양가’가 있을지 주목된다.

장성급군사회담의 재개 문제도 논의되겠지만 이미 김 위원장이 정 장관의 재개요청을 받아들인 만큼 세부 의제까지 거론하기 보다는 우선 날짜를 잡는 선에서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작년 7월 제10차 상봉까지 진행된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이미 8.15 광복절에 재개하기로 시기까지 합의한 만큼 이를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넘어가겠지만 화상상봉 추진 방안을 놓고는 의견교환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의 공사 재개 문제도 다뤄질 전망이다.

아울러 이미 김 위원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한 남북 공동어로를 위한 수산회담 개최 제안도 논의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 6.15에 남측 정부 대표단이 방북하고 북측이 8.15에 중량급 인사로 짠 대표단을 보내기로 결정한 만큼 앞으로도 3.1절, 6.15, 8.15 등 남북이 공동으로 기념할 만한 행사에 상호 당국 대표단 파견을 정례화하는 제안도 나올 수 있다.

이 밖에 제14차 회담 당시 의견접근을 본 사회문화협력분과위원회 구성 문제도 다시 회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임진강 수해방지 차원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임진강 유역 산림복구 추진방안이 언급되거나, 우리측이 추진 중인 농업협력 방안도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북측에서는 개성공단 등 경제협력사업을 당국이 책임지고 진척시켜 나갈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쌀 차관 및 비료 추가 지원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쌀 차관은 지난 해의 경우 6월초 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9차회의에서 예년 수준의 40만t을 제공키로 결정됐고 비료는 북측이 올 초 적십자라인을 통해 50만t을 희망했지만 지난 5월 차관급회담을 통해 이미 20만t 지원을 끝낸 상태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종전 ‘ㄷ’자 형태로 된 서해직항로 대신 바로 육로 상공으로 항공기가 다니는 방안을 제의함에 따라 항공기 항로 문제를 협의할 협의체를 만들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 경우 아예 남북 항공협정 체결까지 검토될 공산이 크다.

또 이번 회담은 정 장관이 김 위원장에게 제안한 것처럼 남북 회담문화 개선 여부를 전망할 수 있는 시험장이 될 전망이다. 소모적인 말씨름을 최소화하고 보다 실질적이고 생산적인 회담을 통해 실리 추구가 가능할 지 주목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