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햇볕’ 책임없다”···모든 게 美 책임

▲ 울산대 정책대학원에서 강연하는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연합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북한 핵실험 원인을 미국 부시 행정부의 대북 압박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8일 울산대학교 정책대학원(원장 정준금) 초청 특강에서 ‘북한 핵실험과 한반도 정세’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우리의 대북지원사업으로 인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이어졌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전 장관은 이날 특강에서 “미국의 입김이 작용하는 UN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의 대북제재 대상에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문제가 제외된 것으로 볼 때 우리의 대북지원사업으로 인해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어 “일부 언론에서는 무턱대고 햇볕정책 때문에 대북지원 사업으로 인한 7조원 정도의 자금이 핵무기 개발로 이어졌다고 주장하는데, 협력기금을 통해 북으로 들어간 현금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인건비로 들어간 것이 유일한 현금”이라면서 “금강산 관광경비 4억5000만 불은 이미 2001년 이전에 소요됐고, 개성공단에서 인건비가 지출되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라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이번 핵실험 사태는 ‘미국과 북한의 지난 50년간의 문제다’라는 지난 10월 17일자로 보도된 워싱턴포스트지의 기사를 언급하며 “북한의 체제붕괴에 대한 공포와 부시정부의 대북 강경압박 정책이 최근 북한의 지난 7월 4일 미사일 실험과 10월 9일 핵실험을 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클린턴 정부시절 외교의 주요 골격인 ‘Engagement & Enlargement'(개입과 확장:지속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 정책이 현 부시정부의 강경일변도의 대북압박정책에 비해 더욱 더 효과적이며 북한을 6자회담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현실적인 방법”이라며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유일한 방법은 햇볕정책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부시정부 내부에서도 네오콘에 대한 반발이 있다”며 “단순히 힘과 돈으로 국제정치를 이끌려고 한다면 미국의 위상과 리더십은 심각한 도전과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주’는 곧 ‘반미’라는 등식을 가지고 있는 북한에게 강경일변도의 압박정책은 그들에게 내부적으로 더욱 더 결속하게 되는 기회를 주게 되고 남북관계 및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선는 정 전 장관의 이런 행보에 대해 지난 김대중 정부 초기 통일부 차관으로서 대북정책을 이끌었고, 노무현 정부 초기에는 햇볕정책 계승차원에서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지난 행적을 볼 때 당연히 ‘햇볕’ 살리기에 주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