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김양건과 무슨 논의할까

북한에서 대남관계를 총괄하고 있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2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2박3일 간 서울을 방문하면서 그의 방문 목적과 내용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28일 브리핑에서 김 부장을 초청한 이유에 대해 “2007 정상회담 이행을 중간평가하고 향후 추진방향을 협의하며 남북 간 협력사업 분야의 현장을 시찰하기 위해서”라고 소개했다.

김양건 부장은 지난달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에서 북측 인사로는 유일하게 배석할만큼 김 위원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 전반에 걸쳐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 같은 전망은 2000년 6월 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그해 9월 김용순 대남비서 겸 통전부장이 서울을 방문했을 때와 겹쳐지면서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시 김용순 비서와 임동원 대통령 특보는 회담을 갖고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열리지 못하고 있던 국방장관회담 개최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등 ‘6.15공동선언’을 구체화한 7개 항의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김양건 부장이 이번에 이재정 통일부장관.김만복 국가정보원장과 만나 의견을 나눌 핵심 의제도 ‘2007 정상선언’의 구체적 이행방안, 특히 남북이 그동안 총리회담을 비롯한 후속회담에서 다루지 못한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즉, 한반도평화체제를 위한 3∼4자 정상의 종전선언이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답방 문제가 회담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정부 당국자도 “무슨 얘기든지 다 할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한다”면서 그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김양건 통전부장의 서울 방문이 단순히 정상선언 이행 점검 수준에서 마무리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로 친서를 전달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양건 부장의 방문은 또 현재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각종 남북경제협력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힘을 실어주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장이 방남기간 거제 조선단지를 비롯한 산업시설을 둘러보고 경제협력 인사들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김 부장의 서울 방문이 대통령 선거를 불과 20여일 앞두고 이뤄진다는 점에서 북한이 대선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않게 나온다.

이에 대해 이재정 장관은 “정상회담과 총리회담 등을 했는데도 대선판도에 아무 영향이 없었는데 김양건 부장이 온다고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