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는사람들> 접경지역 주민

북한의 2차 핵실험으로 촉발된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과 고통이 커지고 있다.

농업과 어업, 관광 등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강원북부, 경기북부, 서해5도서 주민들은 북한의 핵실험 이후 전개되고 있는 일련의 사태가 조업 차질과 영농 제한으로 이어져 생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다.

25일 2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때만 해도 우려하던 정도의 분위기가 우리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선언에 이어 북한의 ‘군사적 타격 대응’ 발언이 나오면서 “혹시나..” 하는 불안감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 고성군 대진어촌계장 박평원(55)씨는 28일 “동해 최북단 저도어장에 출어하는 어민들 입장에선 남북관계가 좋아야 맘편히 조업하는데 최근의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면서 “해군과 해경의 경비 강화로 아직은 정상조업을 하고 있지만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동해안 최북단 마을인 고성군 명파리 김영복(52) 이장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소식 등을 접한 주민들이 동요하거나 크게 불안해 하지는 않지만 접경지역의 특성상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라며 “금강산 관광이 10개월째 중단돼 지역 분위기가 침체돼 있는데 이런 일들만 계속 일어나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 인근 민통선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은 모내기 등으로 한창 바쁜 영농철에 긴장감이 고조돼 뒤숭숭한 표정이 역력했다.

철원군 대마리 이근용(53) 이장은 “남북관계가 점점 악화되는 것 같아 답답하다”면서 “평생을 접경지역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 왔는데 불안하다고 생업을 팽개칠 수도 없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역시 민통선에 위치한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통일촌 주민들도 농사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시기에 불거진 남북관계 경색에 우려감을 나타냈다.

통일촌 이완대(56) 이장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이후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면서 “주민들은 생업에 종사하느라 남북간 상황에 정신을 쏟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 고비를 잘 넘기길 간절히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민통선내에 있는 군내면 대성동 마을 김동현(53) 이장은 “주민들이 예전부터 북한의 도발을 지켜봐왔기 때문에 큰 동요는 없지만 언론의 잦은 보도로 약간의 불안감을 갖고 있다”면서 “가까이 보이는 북한의 기정동 마을 주민들도 한창 벼농사로 바쁘고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서해 최북단의 백령도, 연평도 등 서해5도서 주민들은 이날도 정상적으로 출어했지만 이번 사태가 악화돼 조업이 통제될까 걱정이 태산이다.

서해5도서에서는 27일 백령도 56척, 연평도 19척 등 70여척이 해군과 어업지도선의 계도 아래 조업했다.

대연평도 주민 박재복(39)씨는 “접경지역에 오래 살아온 어민들 입장에선 북한의 도발에 대한 불안감 못지 않게 위기감이 조성될 때마다 정부가 어업지도선을 동원해 조업구역 준수 여부를 단속하는데 불만이 크다”면서 “서해5도서에서의 조업 통제는 연평해전 발발 직후 한번 있었는데 만약 정부가 어민들의 출어를 막는다면 그에 따른 경제적 보상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백령도 남삼리 어촌계장 이용선(59) 씨는 “백령도의 경우 조업이 섬과 가까운 해역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큰 불안은 없다”면서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우리 정부와 잘 협의해 원만히 사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특히 일부 어민들은 서해 NLL상에서 벌어진 연평해전을 떠올리며 또 다시 충돌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