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권력 가진 김정은이 몰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

김정일 사후 김정은이 당군정(黨軍政)의 최고 권력을 승계했을 때 그가 지닌 권력의 크기는 어느 정도였을까?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권력이 작았다고(약했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주장이 김정일 사후 집단지도체제가 형성될 것이라거나 장성택이 섭정(攝政)한다는 것이었다. 집단지도체제는 몇 명의 최고위층 엘리트들에게 김정은의 권력이 분산된 상황을 의미하고, 장성택 섭정은 1인자에 필적할 정도의 권력을 보유한 2인자의 존재를 의미한다.


장성택 숙청 이후 김정은 1인 독재체제가 강화되었다는 주장에도 김정은의 권력이 작았다는 가정이 깔려있다. 김정은의 권력이 장성택 숙청 계기로 급속도로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북한의 권력구조와 권력배분 상황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김정일 사후 김정은의 권력은 아버지 권력과 거의 동일했다. 왜냐하면 북한의 권력구조와 권력배분의 특성상 수령에게 집중된 권력이 분산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절대 권력을 가진 김정은이 그가 가진 권력을 100% 활용할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문제는 별개다.


김정은의 권력은 당군정에서 보유한 권력을 모두 합한 것보다도 압도적으로 많다. 군부가 김정은의 권력에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었고 집단지도체제가 형성될 수도 없었으며 장성택 섭정도 불가능했다. 북한체제에는 수령과 정치적으로 경쟁하거나 수령의 권력에 도전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나 개인이 아예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권력은 수령이 절대적 권위와 권력을 갖고 당군정을 통치하는 수령유일체제에 의해 제도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다. 북한 권력구조에서 수령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당이나 국가기구들은 수령의 권력을 보호하고 실행하는 도구일 뿐 수령의 권력을 분산시키거나 견제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이른바 수령은 뇌수, 당은 몸통, 인민은 팔과 다리라는 ‘수령론’을 말한다. 


김정은의 서기실, 당조직지도부와 비서국, 국가안전보위부, 군보위사령부, 호위사령부, 인민보안성 등 권력기구와 감시기구들은 김정은의 권력을 안정화하고 보호하기 위해 당·군·정을 조직적으로 장악하거나 엘리트와 인민들을 이중 삼중으로 감시·통제할 뿐이다. 때문에 김정은의 권력에 도전할 만한 정치세력이나 정치지도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1953년 이후 정치적 반대파들을 철저하게 숙청하면서 수령유일체제를 구축했다. 1974년 이후 북한체제에서는 수령의 권력에 도전할 수 있는 정치적 경쟁세력이나 정치인들이 거의 완전하게 사라졌다.


당과 군의 최고위층 엘리트들은 김정은의 신임을 바탕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뿐 독자적인 권력기반을 갖지 못한다. 그러므로 김정은이 개별 엘리트에 대한 신임을 철회하는 순간 그 엘리트는 정치 무대에서 사라진다. 리영호 해임이나 장성택 처형은 이러한 권력의 논리가 작동한 결과였다.


김정은은 김정일 사후 절대 권력을 물려받았다. 그러나 애송이 김정은이 통치하는 북한은 매우 불안정하다. 김정은 정권의 불안정성은 김정은이 보유한 권력이 작았다거나 강력한 정치적 경쟁세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김정은의 정치적 경험이 일천하고 국가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갓 면허증을 딴 초보 운전자에게 운전대를 맡긴 것과 같다. 김정은 집권 2년은 북한 체제 불안정의 실체가 김정은의 무능력 때문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김정은은 계획경제 붕괴와 시장화로 인해 확산되고 있는 북한의 구조적 불안정성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김정은의 경제정책은 개혁개방이라는 방향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정책들로 뒤엉켜있다. 김정은은 경제 개발구 정책을 발표한 이후에도 외자 유치에 부정적인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핵·경제 병진노선은 부족한 자원을 핵개발에 탕진하게하고 외자 유치와 선진 과학기술 도입을 방해한다. 개성공단 폐쇄는 외부 투자가들에게 북한의 투자환경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었다. 반면 김정은은 제한된 자본을 소모적으로 사용했다. 사치품 수입을 크게 늘렸고 위락시설 건설이나 김정일 우상화 사업에 많은 자원을 낭비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보면, 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은 정권은 중·장기적으로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김정은이 북한의 구조적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이 같은 무능함에 엘리트 계층이 불만을 갖게 되고 이는 체제 균열로 이어질 수 있으며, 지금의 절대 권력을 유지시켜주는 권력 및 공안 기관들의 원활한 작동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결국 권력 문제가 아니라 김정은이 김정일에 물려받은 제왕학을 얼마만큼 발휘하느냐에 따라 북한의 명운(命運)이 달려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