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부족에 양수기 말썽…北 탄광 침수, 인명피해까지”

석탄 증산도 차질 불가피...소식통 “당장 장마철 어떻게 견딜지 걱정”

함경남도 금야청년탄광 작업 현장.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연합

지난 4월 초 평안남도 개천탄광기업소 산하 남전탄광에서 막장 지하수 범람 사고가 발생해 생산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이 ‘전력 증산의 기본은 화력’이라며 석탄생산량 증가를 독려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남전탄광 갱에 갑자기 지하수 양이 증가하기 시작했다”면서 “양수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전력이 공급되지 않아 끝내 갱이 물에 잠겼다”고 밝혔다.

특히 이 사고로 갱 내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사망했다고 소식통은 소개했다.

갱도 내 지하수 범람은 탄광에서 종종 발생하는 사고다. 때문에 대부분의 탄광은 양수기와 배수 시설을 갖추고 침수에 대비한다.

사고가 난 남전탄광은 청천강 유역에 위치해 지하수가 많은 지역으로 양수기를 항시적으로 가동시키면서 채굴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도 갱이 완전히 물에 잠기기 전 양수기 여러 대를 추가로 설치했지만 양수기를 가동할 전력이 부족해 침수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4월은 갈수기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석탄 생산을 해야 하는 시기”라며 “4월에 지하수 범람이 일어나면 장마철인 7, 8월에는 거의 생산을 못 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복구 작업에도 손을 놓고 있다”며 “이미 갱에 물이 가득 차 설비가 망가진 상태”라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복구 작업을 한다고 해도 몇 년이 걸릴지 모르겠다”며 “지금처럼 전기가 안 들어오면 결국 갱을 폐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수원(水源)이 적어지는 4월에 갑자기 지하수가 범람한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항상 양수기로 물을 바로 바로 뽑아내 갱에 물이 차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전기 부족으로 물을 완전히 걷어내지 못하고 수량이 점차 늘어난 것이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력 관련 산업에 종사했던 한 탈북자는 “막장이 한번 물에 잠기면 복구가 어렵기 때문에 북한은 채굴 현장만큼은 전기가 끊어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한 전기 상황이 어려워 질 경우 예비 전력을 공급한다”면서 “전기가 없어 막장 침수를 막지 못할 정도라면 북한 전력 상황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는 방증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탈북자는 “탄광에 전력 공급이 잘 안 되는 문제도 있겠지만 변압기가 노후되거나 고장나는 등 전기 공급 시설의 문제도 사고를 키운 원인 중 하나 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 생산 부족, 전력 공급 체계의 비효율성, 전력 관련 시설의 노후화 등 북한이 전력 문제와 관련해 총체적인 난국에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탄광지휘부는 “전기가 안 오는 조건에서도 생산을 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으로 약 150㎥ 크기의 저수지를 파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현재 저수지를 만드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또 다른 막장이 침수되는 걸 막기 위한 방법이긴 하나 전기가 부족하면 다가올 장마철을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전력 문제를 개선할 획기적인 해법이 제시되지 않는 한 석탄 증산 계획도 난항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식통은 “저수용 구덩이도 필요하지만 경제력을 추켜세우는 게 우선 아니겠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