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력갱생’ ‘국산화’ 관철하려다…청진화학섬유공장서 폭발사고

함경북도 청진화학섬유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함경북도 청진화학섬유공장에서 당의 자력갱생 방침에 따른 화학 시험이 진행되던 중 폭발이 일어나 다수의 일꾼이 중경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9일 데일리NK에 “얼마 전 청진화학섬유공장 공업기술소가 당의 자력갱생 방침에 따라 원료, 시약의 수입 의존 현상을 타파하기 위한 시험을 진행하던 중에 공장 시험로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이 일로 2명이 중상을 당해 실명 위기에 놓였고, 5명은 경상을 당했다”고 전했다.

청진화학섬유공장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첫해인 올해 말까지 외부에서 원료와 시약을 끌어다 쓰는 이른바 ‘수입병’에서 벗어나기 위한 기술혁신안을 올려보내라는 지시를 받고 지난 19일 이와 관련한 시험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일 낮 12시께 공장 기술과와 연구조, 생산 현장의 기술자들이 모여 화학 시험을 진행하던 중 예기치 않게 시험로가 폭발하면서 시험로 곁에서 시험 과정을 지켜보던 일부 일꾼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는 전언이다.

실제 이번 폭발은 공장 인근의 가까운 주민 지대에까지 폭발음이 요란하게 들릴 정도로 위력이 강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노동자들은 공장 당위원회가 한 달 전부터 기술혁신안을 내놓으라고 닦달질하고 이것을 당위원회적인 사업으로 밀고 나간다면서 급하게 일을 저질러 사고가 발생했다며 급하게 먹는 물이 체한다고 비난을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공장의 기술일꾼들은 연구실에서 다 실험해본 것이라고 해도 사고 위험이 커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좀 더 구체적으로 지켜본 다음에 시험하자고 당위원회 일꾼들을 설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술일꾼들은 주민들이 한국산을 비롯해 질 좋은 외국산 제품을 요구하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국내에서 생산된 질 떨어지는 섬유로 된 옷을 누가 입겠느냐면서 당의 자력갱생, 국산화 정책을 마땅치 않게 여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공장의 기술일군(일꾼)들과 노동자들은 당에서 하라고 하면 현실에 맞지도 않는 일을 만들어내서 사람이 다치는 사고까지 봐야 직성이 풀리는 당 일군들을 뒤에서 비난하면서 ‘당은 이런 실태를 모르니 안타깝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는 형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