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對北관련 거래 모니터링 강화

국내 은행들이 북한 등 미국의 제재 대상국 관련 자금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국영 은행인 중국은행(Bank of China)이 마카오 지점의 북한관련 자산을 동결시키는 등 불법자금에 대한 규제가 전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미국 재무부 외국자산관리실(OFAC)이 지정한 제재국에 대한 필터링을 전면 확대하기 위해 지난주 초부터 전날까지 국내외 지점의 북한 관련 거래 현황을 모두 파악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에 비해 해외지점이 4~5배가 많은 점을 감안해 오래전부터 OFAC 필터링 확대를 진행해왔다”며 “미국의 제재 대상국 관련 기업인지 모른 채 거래할 경우 고객의 자산을 잃을 수 있어 정보를 사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협중앙회 등 다른 금융기관들도 최근 OFAC의 교역 및 금융거래 금지 대상을 자동으로 걸러내는 시스템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수협 관계자는 “최근 불법자금 관리시스템 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조만간 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라면서 “올해 이미 6개 정도의 은행이 이 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OFAC 필터링을 강화하는 것은 미국이 지난해 미국의 마카오내 북한 자산 동결, 그리고 이란 및 리비아와 거래한 ABN암로 뉴욕지점에 대한 벌금 부과 등을 통해 ‘테러 지원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 데 이어 최근 중국은행이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에 협조하는 등 불법자금 관련 규제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수협 관계자는 “이 시스템을 가동하면 OFAC의 금지 리스트가 자동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테러나 마약관련 거래로부터 고객의 자산을 더욱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면서 “해외송금의 최종 수취인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처럼 OFAC의 제재를 받는 기관일 경우 자동으로 걸러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OFAC의 금지 대상인 ‘배드가이 리스트(Bad Guy List)’에는 북한과 쿠바, 이란 이라크 등과 거래하는 7천여개의 기업과 금융기관이 등재돼 있다.

금융기관들은 재정경제부장관이 고시한 테러 관련자의 금융거래 금지를 골자로 하는 테러자금억제법이 올 가을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도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 자금세탁방지 담당자들은 지난 26일 은행회관에서 전문위원회를 개최하고 금융정보분석원(FIU)과 함께 테러자금억제법 제정안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한편 은행연합회는 지난 26일 시중은행에 공문을 보내 북한관련 거래 현황 파악을 지시했다는 일부 언론에서 보도에 대해 “정부의 지시를 받은 적도 없고 은행에 관련 공문을 보낸 적도 없다”며 “북한관련 거래기업 현황을 파악한 사실도 없다”고 부인했다.

금융정보분석원 유재한 원장은 “북한 등 제재국 관련 기관들과의 거래에 연관되면 미국과의 거래가 끊어질 가능성도 있어 은행들이 고객들에게 불똥이 튀지 않도록 자율적으로 사전 대비하려는 것 같다”며 “은행들에 특별히 지시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