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정 칼럼] 북중 정상회담 의미와 양국의 입장

4차 방중에 나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태운 북한 특별열차가 9일 오후 2시께(현지시간) 베이징역에서 출발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베이징경제기술개발구를 방문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오찬을 하고 즉시 베이징을 떠났다./사진=연합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였다. 그렇다면 작년 제1차 북미 정상회담(2018.6.12.) 전·후 두 차례 북중 정상회담이 개최(2018.5.7-8, 2018.6.19-20)되었던 것과 같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과 연동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번 북중 정상회담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 우선 김정은 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에 언급된 중국 고려 발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9년 신년사에 언급된 중국 고려 발언과 북중 정상회담의 의미

2019년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세 차례에 걸친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과의 전통적 친선 협조관계를 강화하였다고 언급하였다. 2018년에 북한은 미국과의 핵협상 실패에 대비한 ‘안보 보험(security insurance)’으로 중국과 관계 복원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2011년 김정은 집권 후 한 번도 개최되지 않았던 북중 정상회담이 2018년 한 해에 3차례나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입장에서도 미국과의 무역 분쟁 협상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간 협상이 시기적으로 맞물려 전개되면서, ‘북한 문제’를 대미협상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북한과의 관계를 복원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정전협정당사자들과의 긴밀한 련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하여 항구적인 평화보장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발언하였다. 비록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자국이 포함되는 종전선언과 6자 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주장하고 있는 중국의 입장을 고려한 발언이다.

2018년 초 남북 및 북미 간 정상 및 최고위급 대화채널이 활성화되자, 중국 내외에서 ‘중국 소외론(China passing)’이 제기되었었다. 특히, 4월 27일 채택된 판문점 선언이 남· 북·미·중 간 4자 종전선언뿐만 아니라 중국이 제외된 남·북·미 3자 종전선언 채택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것을 중국은 매우 불쾌하게 받아 들였다. 중국은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소외론’을 불식시키고 소원했던 북한과의 관계를 급속히 복원하여 한반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보하려 하였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추진된 북중 정상회담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언급한 중국의 입장을 고려한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미 정상회담에 연동된 북중 정상회담–북한의 입장

북한은 미국에 줄기차게 대북 경제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언급한 것도 대북 경제제재 완화를 희망하는 북한의 속내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미국이 제재를 고수 한다면,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리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까지 언급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가시적 조치가 선행되지 않으면 대북제재를 완 화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대북 경제제재 완화를 둘러싼 중국의 입장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중국은 2018년에 미국과의 무역 분쟁이 격화되면서 북한을 대미 협상 카드로 사용하려 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비핵화 협상에 직· 간접적으로 개입하려는 중국의 의도에 불편한 심기를 여러 차례 표출하였다. 특히 2018년 8월에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3차 방북을 전격 취소시키고, 미중 무역 갈등이 해결된 후에 북미 고위급 회담을 재개하겠다고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결국, 미국은 2018년 북미 간 핵 협상이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자 ‘중국배후론’을 수차례 제기하면서 경제제재를 통해 중국의 개입을 견제하였다. 일례로 북한에 대한 중국의 후방지원을 차단하고자 중국기관과 기업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 (Secondary Boycott)’을 강화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집권 1기 내에 북핵문제에서 성과를 원하는 바, 미국은 2019년에도 중국의 긍정적 역할을 유도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경제압박을 최대한 활용하려 할 것이다. 반면,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분쟁을 회피하기 위해 자국의 안보이익을 포기할 경우, 미중 간 다른 갈등 이슈에 좋지 못한 선례가 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 만약 2019년에 미중 간 무역 분쟁이 심화된다면 중국은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전략적 카드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북핵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다.

과거 중국은 적어도 표면상으로 유엔 대북제재 이행에 동조하였으나,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 공동 전선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미중 무역 분쟁이 원만히 해결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중국은 북핵문제가 미중 간 경제 갈등으로 투영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과 북핵문제에 관해 공조 관계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중국은 이미 제2차 미중 외교안보대화(2018.11.10.)에서 단계별 비핵화 조치와 대북 경제제재 완화를 주장해 왔던 기존 입장에서 후퇴하여,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 FFVD)’ 원칙과 대북 제재국면 유지라는 미국의 요구에 호응하였다.

2019년에도 북핵문제에 관한 중국의 입장은 미중 무역 분쟁의 전개 양상에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 북중 정상 회담에서 대북 경제제재 완화에 관한 중국의 입장을 직접 확인하고자 할 것이다. 또한 신년사에서 ‘경제’를 38번이나 언급한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중국 측에 표명하면서, 국제사회가 대북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데 중국이 앞장서 달라고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에 연동된 북중 정상회담–중국의 입장

중국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어 북한 비핵화 과정이 본격적으로 전개된다면, 한반도에 있어서 중국의 전략적 이익이 훼손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한반도 냉전 질서를 해체하는 첫걸음인 종전선언부터 당사자로 참여하여, 향후 한반도 및 동 북아 안보질서(security order)의 재편과정에서 자국의 안보이익을 수호하려 한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한 중국 외교부의 공식 입장은 이와 같은 중국의 의도를 잘 반영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루캉 대변인은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하루 뒤인 1월 2일에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적극적으로 진전되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서 중국은 지속적으로 합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논평을 내놓았다.

한반도에서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수호하려는 중국의 의지는 이미 2018년 3차례의 북중 정상회담에서 확인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평창 올림픽 후 북한을 방문(2018.3.5.)한 문재인 대통령 특사단을 면담할 때 한미 간 군사훈련 재개를 이해할 수 있다고 발언하자, 중국은 제1차 정상회담에서 이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였다.

또한 일부 언론에 의하면, 중국은 제2차 및 제3차 정상회담에서 ‘쌍중단’ 및 ‘쌍궤병행’을 미 국에 요구하라고 북한을 설득하였다. 이처럼 중국은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관철시키고자 2019년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 북한과 정상회담을 개최하여,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 중국이 당사자로 참여하여 자신의 이익을 지키고자 하는 입장을 북한에 각인시키려 할 것이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이번 북중 정상회담이 북한이 아니라 중국에서 개최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6월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하여, 중국은 ‘중국역할론’을 강조하면서 북핵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2018년에 북중 간 지나친 밀월관계가 미중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일례로 이미 세 차례의 북중 정상회담이 중국에서 개최되었던 것을 들어 북한 정권수립일인 9․9절에 시진핑 주석이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는 전망이 언론에서 제기됐지만, 중국은 리잔수(栗戰書) 전인 대 상무위원장을 시 주석의 특사로 파견하였다. 거듭되는 북한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은 2018년에 북한을 방문하지 않았다.

따라서 G20 회의(2018.12.1.)에서 개최된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미 중 간 무역 분쟁이 임시적으로 봉합된 상태에서, 시진핑 주석이 굳이 북한을 방문하여 미국을 자극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공산이 크다. 동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향후 90일간 무역 분쟁의 핵심 쟁점을 추가 협상하기로 합의하였는데, 그 유예기간이 끝나기도 전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만약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 완화에 중국이 힘써달라고 요청하더라도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기에는 일정한 제한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차관급 실무진만 참석하기로 되어 있던 미중 무역협상에 부총리인 류허를 참석시킬 정도로 미중 무역분쟁 해결에 다급한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미중 무역협상이 시작되는 시점(1.8)에 중국에서 개최되는 제4차 김정은·시진핑 북중 정상회담은 미국에 북한 레버리지를 과시하는 효과가 있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