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작가 이태준 단편전집 발간

이광수, 김동인이 한국 근대문학의 개척자라면 상허(尙虛) 이태준(李泰俊·1904-?)은 그 완성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간결하고 선명한 단문들로 이어지는 그의 문장은 1930년대에 ’시는 정지용, 소설은 이태준’이라는 유명한 말을 만들어냈을 정도였다.

그의 중·단편소설 56편과 소년소설 7편을 수록한 ’이태준 단편 전집’(전2권)이 발간됐다. 도서출판 가람기획이 한국문학의 뿌리를 새롭게 탐색하기 위해 기획한 ’다시 읽는 우리 문학’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이 전집에는 1925년 발표한 등단작 ’오몽녀’를 비롯해 초기작 ’농군’ ’불우선생’, 토착인물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색시’ ’까마귀’ ’복덕방’, 해방을 전후한 시기에 작가 자신이 겪은 일과 사유를 기록한 중편소설 ’해방전후’ 등 장편을 제외한 대부분의 작품이 수록됐다.

’애욕의 금렵구’ ’방물장사 늙은이’ ’코스모스 피는 정원’ 등은 기존의 ’이태준 전집’에 실리지 않은 작품을 발굴해 수록한 것이다.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난 이태준은 부모를 일찍 잃고 고아로 자랐다. 철원의 봉명학교를 졸업한 뒤 원산의 객줏집 사환으로 일하는 등 방황을 거듭하다가 고학으로 서울의 휘문고보를 나왔다.

이어 일본의 조치(上智)대학에 입학했다가 중퇴하고 귀국해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1933년 박태원, 이효석 등과 ’구인회’를 조직해 문단의 중심인물로 자리잡았다. 이화여전 교수를 거쳐 1939년 ’문장’을 발간했으며, 해방 후 조선문학가동맹 부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단편소설의 완성자’라는 평가를 받지만 1947년 월북했다가 1950년대 중반 숙청돼 남과 북에서 모두 잊혀진 존재가 됐다.

그의 문학은 ’월북작가’라는 딱지 때문에 한동안 남쪽에서 금기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년 전 상허학회가 결성돼 그의 문학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활발해졌고, 지난해에는 고향 철원에서 탄생 100주년 기념문학제가 열리기도 했다. 김종년 엮음. 각권 480쪽 내외. 각권 1만5천원./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