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밭 일부에 수박심었다고 쑥대밭 만들어”

소식통 "검열대 ‘이기적 행동’ 내세워 단속...주민들 망연자실"

양강도 고산지대의 농경지를 주민들이 위탁 관리하면서 일부 땅에 수박을 심었다가 당국이 불시단속을 하면서 수박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는 한반도에서 제일 높은 백두산(2,744m)과 개마고원·백무고원이 있는 고산지대다. 이러한 고산지대에 위치한 군들에서는 옥수수를 생산해 계획된 수량을 받는 조건으로 주민들에게 경작지를 위탁해왔다. 일종의 개인 소작을 주는 셈이다.

주민들은 이곳에 계획된 옥수수 생산량 이외에 부업으로 수박농사를 지어왔다. 옥수수보다 수박이 한철농사로 수입이 더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예고 없는 단속으로 수박줄기를 끊고 수박까지 헤쳐놓자 주민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는 것이다.

20일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정부는 8월 초순 군 검찰소 검사들을 위주로 검열대를 조직해 불시에 고산지대 경작지를 조사해 수박농사가 발견되면 현장에서 모조리 줄기를 제거해버렸다.

또한 검열단은 옥수수밭에 수박을 심은 행위가 당국의 방침을 어긴 비사회주의적이고 이기적인 행동의 발로라고, 분명한 법적 처벌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양강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에 “군 검열대는 땅을 빌려준 목적은 군대 식량을 해결하자는 것이지 개인들이 수박농사를 지어 돈벌이를 하라는 것은 아니라고 통보하면서 수박 줄기를 잘라버렸다”면서 “당의 정책에 어긋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처벌을 받을 각오를 하라고 겁을 줬다”고 말했다.

이곳 주민들은 당국이 위탁한 약 500평의 땅에 70%는 옥수수를 심고, 30%에 수박을 심어서 옥수수 생산계획을 달성하면서 개인 소득도 올리려고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 당국이 모든 농장에서 포전담당제를 정착시키고, 계획량을 내면 나머지는 분조에서 처리할 권한을 부여하도록 한 농업개혁 취지에도 이번 단속은 어긋난다고 주민들은 보고 있다. 사전 예고 없는 불시단속에 최근 당국이 주민생활 통제를 강화하는 분위기에 편승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모로 가든 외로 가든 계획을 하면 되지 않는가’ 라고 하면서 일단 심은 곡식인데 올해만 사정을 봐달라고 울며 매달렸다”면서 “검열원들은 하소연할수록 더 화를 내며 수박밭을 아예 탕쳐버렸다”고 말했다.

고산지대 수박농사는 폭염에도 큰 문제가 없어 올해 큰 수익을 기대하고 있었다. 지난해 이곳에서 생산된 수박은 장사꾼에게 1kg당 1600-2000원에 넘겨줬다.

주민들은 수박이 여물어 시장에 내놓기를 앞둔 시기에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자 ‘당국이 해도 너무한다’며 울분을 터뜨리고, 일부 여성들은 수박 몇 통이라도 건지기 위해 울면서 밭을 살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