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지원? 해봤자 주민들 구경조차 못할 것”

미국이 24만t 규모의 대북 영양지원에 합의했지만, 후속협의를 통해 분배투명성 등이 확보되지 못하면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후속협의에서 미국은 매달 2만t씩 24만t의 영양지원을 하고 분배 상태를 점검하는 모니터 요원은 한국어 구사가 가능한 요원을 포함 30명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모니터링과 관련, 방문을 원하는 지역을 24시간 전에 통보하면 북한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영양지원 대상도 5~7세 영양부족 어린이와 임신부로 한정하고, 옥수수와 콩의 혼합식과 식물성 기름, 영양실조 유아용 보충식 등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권층 전용이 어려운 영양식품을 조금씩 나눠 제공하고, 모니터 요원을 늘려 분배투명성을 대폭 강화하는 차원에서 강구된 것으로 평가된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지난달 29일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대북 지원이 이뤄지기에 앞서 미국은 지원 식량이 의도한 수혜계층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북한과 분배감시 체제에 대한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의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일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지난 2008년 미국의 대북식량 지원 당시에도 북한은 분배감시 조건을 문제 삼아 지원을 거부하고, 모니터 요원들을 추방했을 만큼 껄끄럽게 생각하고 있다.


실제 2008년부터 2009년 3월까지 미국의 17만t 식량지원 과정을 지켜봤던 탈북자들은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분배투명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입국한 함경북도 출신 고위 탈북자는 “2008년도 청진항에는 1만 톤급 외국(미국) 선박이 수수와 입쌀을 싣고 입항했는데, 군량미로 실려 갔다”며 “‘미국에서 강냉이를 실은 식량 배가 들어왔다’ 등의 소문이 퍼졌지만 (분배되지 않기 때문에)주민들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영양가루, 식용유를 지난 기간에도 지원했지만, 노약자에게 지원된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면서 군부대에서 지원물품을 모두 소비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탈북자에 따르면 청진항에 선박이 도착하면 화물열차에 가장 먼저 물자가 실리는데 이때 열차 호송원들은 사복으로 갈아입은 황해도(2군단), 강원도(5군단) 소속의 장교들이다.


또 민간 차량으로 위장한 군부대 화물트럭들도 항구부터 100여대가 쭉 늘어서 장관을 연출한다. 군부대 고유의 차량번호를 진흙 등으로 덧씌워 그 위에 석회로 ‘함북-OO-OOO’이라고 적어 놓으면, 이를 확인하긴 어렵다고 한다.


평안남도 출신의 한 탈북자도 “2010년 여름 수해 당시 유엔에서 보내온 연유는 ‘도 탄광 노보(노동보호)물자공급소’에 보관했는데, 지방 간부들이 중앙기관 뇌물로 모두 바쳤다”며 간부들의 지원물품 도용이 빈번하다고 전했다.


이 탈북자는 “유엔에서 사찰단이 올 때면 유치원 어린이들이 먼 길을 걸어가 물자를 유치원으로 운반해 놓고 사찰단이 돌아가면 다시 창고로 운반해 놓는다”고도 했다. 그는 “주민들은 쌀 한 톨, 옥수수 한 알도 구경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탈북자들은 대북지원 물품이 곡물이든, 영양식이든 인도지원 목적에 맞는 실효를 거둘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4월 북한인권 단체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가 탈북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제사회 지원 식량 혜택이 일반 주민에게 돌아간다고 답한 사람은 단 1명뿐이었다. 또 취약계층인 아동에게 분배된다고 답한 경우도 10명(2%)에 그쳤다.


응답자는 군대(73.6%), 당·군부(69%), 정권기관(48.8), 평양시민 등 특권층(38.8%) 등에게 혜택이 돌아간다고 답했다.


양강도 출신 탈북자는 “국제적인 지원이 있을 때마다 북한에서는 ‘미국이 우리 공화국의 위상에 무릎 끓고’ ‘반미 대결전에서의 위대한 승리’ 등으로 선전한다”면서 “주민들도 지도자의 위대성과 우상화 선전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이제 다 알고 있어 국제적 식량지원을 조금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