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프리즘] 軍은 ‘국가 수호’를 본분으로 삼아야 한다

구글 어스에 표기된 함박도. ‘인천광역시의 군사시설’으로 표시된다. /사진= 구글 어스 캡쳐

조국 사태로 우리 내부가 진영 논리로 갈라졌고, 우리의 안보 문제에서도 이와 유사한 형태가 나오고 있다. 즉 안보의 최후 보루인 군 수뇌부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책임자인지 북한을 대변하는 대변인인지 도무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러한 논란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다.

정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북한의 금년 신형 미사일 도발이 ‘적대 행위’ 아니냐는 질문을 여러 차례 답변을 회피하다가 “직접 도발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다” “우리도 미사일 시험 개발하는 것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느냐”고 되레 되물었다. 국방장관이 북 미사일 도발보다 우리 미사일 개발을 문제 삼은 것이다. 덩달아 국방부 관계자도 기자들을 불러놓고 “한국도 미사일 시험을 한다” “북 단거리 발사체를 9·19 군사 합의 위반이라고 한다면 우리도 군사 합의를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북이 잘못했다면 우리도 잘못한 것’이라고 둘러대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또한 정 장관은 지난 9월 초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NLL(서해북방한계선)상의 함박도는 북한 땅이 맞다고 하면서 ‘주소가 우리 섬으로 되어있는 것은 행정상 오류’라고 하였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이 섬은 등기부등본상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97’이라는 주소로 등록돼 있고, 등본상 소유권자는 대한민국 산림청으로 돼 있다. 또 국토교통부의 토지이용계획에서도 함박도의 개별 공시지가까지 나와 있다. 산림청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해양수산부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함박도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1965년 10월 29일 발생한 북한의 우리 어민 납치 사건 때 이를 보도한 신문 기사에 실린 지도에는 함박도가 NLL 이남에 있는 것으로 표시된 사실도 확인됐다.

김정은은 금년 들어 “남조선에 보내는 엄중한 경고”라고 공언하면서 신형 미사일 도발을 11차례나 진행했다. 9·19군사 합의에 명시된 ‘적대 행위 중단’을 북이 명백히 위반했는데도 우리 안보 책임자들은 ‘미사일 문구가 없으니 괜찮다’고 북을 변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국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도 문제다. 그는 최근 유엔에서 “북은 작년 군사 합의 이후 단 한 건의 위반이 없었다”고 하자 국방장관과 정부 관계자가 ‘대통령 말씀 맞는다’고 합창을 하였다. 지금 이 나라의 안보가 어디로 가는지 심히 우려스럽다.

미국은 어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통상 다른 나라에서도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미 국무부 전 차관보는 “북 미사일을 간과하는 것은 엄청난 실수”라고 하고 있다. 우리는 왜 이런 지적의 목소리가 적은 것인가?

이러한 가운데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은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함박도에 북한군 선박이 접안하는 등 군사시설 설치와 관련한 동향이 처음 포착된 2017년 5월 4일 이후 집중 감시에 돌입하는 한편 유사시 초토화 타격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우리 안보를 위협은 “북한”이라고 하여 그나마 최근에 군 지휘관으로서는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을 밝혔다. 참 군인의 일면을 보여주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서해 5도는 우리 해병대가 지키는 관할구역으로, 이 같은 발언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국방부 장관이나 각 군 총장은 군의 최고 지휘관으로서 군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사람들이다. 이제 더 올라갈 데도 없고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는 사람들이다. 국가의 안보가 위태로울 때는 아무리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라도 바른말을 해야 한다. 안중근 의사가 우리에게 남겨준 유묵(遺墨)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견리사의견위수명(見利思義見危授命)’이다. 이로움을 보았을 때에는 정의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당했을 때에는 목숨을 바치라는 뜻의 글귀다. 현재 우리 군이 가슴에 새겨야 할 구절이라고 할 만하다.

북한이 스톡홀름 회담을 걷어차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전략 무기 시험 발사 등을 시도하려고 하는 이 시점에서 군 지도부의 안일한 정신자세로는 우리의 안보를 지키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특히 군은 허망한 남북평화 구호에 젖어서는 안 된다. 주적 개념을 다시 바로 세우고 경계에 온 힘을 다해야 하며 특히 김정은의 대남 전략전술에 절대 말려 들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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