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수절 계기로 ‘나무 심기’ 강조하지만…주민들 “관리도 못하면서”

묘목 보장, 관리 문제로 식수사업 집행 어려워…삶 팍팍한 주민들은 전국적 동원에 불만 토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식수절(3월 2일)에 평양 화성지구에서 전나무 두 그루를 기념식수한 뒤 전국 각지에서 나무 심기가 계속 힘있게 진행되고 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식수절(3월 2일)을 계기로 나무 심기를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묘목 보장과 묘목 관리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내부에서는 전체 주민을 동원하는 식수사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은 23일 “개천시의 경우 식수사업 계획의 60% 정도 집행됐다”며 개천식료가공공장을 예로 들어 현재 북한 내부의 상황을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개천식료가공공장은 배정받은 산에 심을 묘목이 부족한 데다 그마저 땅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아 식수사업 집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식통은 “이러한 현상은 이 공장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전국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나무 심기는 당에서도 강조하는 사업이라 모든 기관과 주민들이 달라붙지만, 묘목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근본적인 한계로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심은 묘목에 대한 관리가 소홀한 점도 또 하나의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 소식통은 “나무 심기가 어제오늘의 사업이 아니고 더욱이 나무를 심으면 심는데만 그치고 관리가 되지 않으니 주민들은 나무 심기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통상적으로 나무 등 산림 관리는 각 지역 인민위원회에 소속된 산림보호원이 맡는데, 산림보호원 1명이 담당하는 산림의 면적이 수십정보에 달해 실질적인 관리가 어렵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나무를 보호하기 보다는 땔감으로 쓸 나무를 뽑기에 급급한 실정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나무를 심더라도 땔감이 부족한 주민들이 저녁에 애기나무(아기나무)를 몰래 뽑아다 화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니 주민들 속에서는 관리도 못하면서 맨날 나무 심기만 하면 무엇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올해 3월 첫째 주와 둘째 주를 ‘나무심기 주간’으로 정하고 조직별 식수사업을 진행하도록 했다. 특히 북한은 나무 심기를 애국심과 결부해 정치적, 사상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면서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북한, 3월 1~2주 ‘나무심기 주간’ 정해 조직별 식수사업 지시)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산림복구가 주요 정책으로 자리잡으면서 매년 이맘때쯤 전국민이 동원되는 식수사업이 진행되지만, 정작 내부 주민들은 국가적인 나무 심기 지시에 불만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사태 등의 여파로 식량난이 가중되면서 가족의 하루 끼니를 해결하는 문제가 가장 시급한데, 이런 상황에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조직별 식수사업에 동원되니 불만 섞인 반응이 나온다는 것이다.

아울러 나무 심기에 나설 때마다 점심 한 끼 도시락을 준비해야 하는 것도 가게 살림이 팍팍한 주민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벤또(도시락)를 준비하려면 최소한 1만 원(북한 돈)은 써야 하는데 이 또한 골 아픈 문제”라며 “1만 원은 쌀 2kg 값으로, 3인 가족의 한 끼를 1인당 150g으로 계산하면 거의 이틀간의 식량을 살 수 있는 셈이니 누가 나무 심기를 반기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