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지원받는 라오스 탈북루트 막지 못할 것”

그동안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사실상 용인해오던 라오스 당국이 최근 탈북청소년 9명을 추방하면서 ‘동남아 주요 탈북 루트’가 차단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라오스 당국이 한국 대사관 직원의 면담을 허용하지 않고 탈북청소년 9인의 신병을 북한에 인도해 향후 강경책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탈북자 지원 NGO 관련자들에 의하면, 이번 탈북청년 9인 추방에 앞서 라오스 당국의 탈북자에 대한 입장 변화 기류는 곳곳에서 감지됐다. 북한은 쑤깐 마하랏 비엔티안 시장 겸 라오스인민혁명당 중앙위원회 비서 등도 지난달 20일부터 5일간 평양을 방문, 양국 친선협력관계를 확인했다.


탈북자 지원 활동을 해온 한 활동가는 “올해 들어 라오스와 북한 간 외교적 교류가 왕성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비엔티안 시장단이 방북했을 때 북한이 탈북자 신병 인도를 강하게 요청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도 “라오스 현지까지 북한 탈북 체포조가 파견됐다는 것은 조금은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양국 간 실무행정을 위해 북한 간부가 지난달 라오스를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북한 간부들이 탈북청년들 관련 소식을 알게 되면서 강제 북송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북한 당국이 향후 탈북자 문제와 관련해 라오스 정부의 협조를 적극적으로 요구한다면 탈북자들의 한국행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정은이 탈북자 주요 루트를 막기 위해 라오스 주재 북한 대사관 등에 공세적인 탈북자 한국행 차단을 지시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라오스 정부는 그동안 북한과의 전통적인 관계로 탈북자 문제에 원칙적인 입장을 보여 왔고 이 문제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도 극도로 꺼려왔다. 실제로 라오스 당국은 이번 탈북청소년 북송 문제가 이슈화 되자 “라오스 법률에 따르면 모든 불법 입국자는 국적을 불문하고 소속 국가와 협의해 그 국가로 송환하게 돼 있다”며 원칙론을 강조했다.


북한 당국과 전통적인 사회주의 국가 관계임에도 한국과의 경제적 지원 관계를 우선시 해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용인해 왔지만 이번처럼 이슈화될 경우 라오스 정부가 곤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윤여상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은 데일리NK에 “사실이 무엇이냐, 누구의 잘못이냐를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탈북자 북송 이슈가 부각되면 라오스는 북한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원칙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탈북자들의 몫이 된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도 “(탈북) 루트에 대한 보도가 많으면 사실상 이용하기 어려운 루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해당국서 종전과 같은 협조를 확보해서 이 루트가 활용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라오스 당국이 이번 탈북청소년 강제북송 사건을 계기로 원칙적인 탈북자 정책을 당분간 펼 가능성이 있지만 한국과의 외교적 관계를 고려해,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다시 용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는 탈북자 문제 관련 원칙적 입장 표명은 외교적 수사(修辭)이며, 근본적인 탈북자 정책 변화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대북전문가는 “한해 백억원 가까이 무상 원조를 받고 있는 라오스 당국이 한국 정부의 반대에도 탈북자들을 계속해서 강제 추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벌인다면 라오스 정부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