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쌍둥이는 왜 평양산원에서 쫓겨나듯이 퇴원했나

아버지 “앞으로 키울 일 막막” 신세한탄 인터뷰 문제돼

북한에서 국가적인 관심과 혜택이 보장되는 세쌍둥이를 출산한 산모가 4개월 만에 아기들과 함께 평양산원에서 강제 퇴원 후 귀향조치되는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세쌍둥이가 태어나는 것은 나라가 흥할 징조’라는 김일성의 생전 발언 때문에 북한에서는 태어난 순서에 따라 ‘000번째 세쌍둥이’라는 기록이 남겨진다. 산모는 임신 즉시 평양산원으로 옮겨져 전문 의료진이 출산 전 과정을 관리하고, 양육과정에서도 당국의 보호를 받게 된다.

세쌍둥이 임신이 확인된 즉시 임신부들을 평양산원으로 후송해 건강진단과 치료를 하고, 해산 전후를 국가가 세심하게 보살피는 내용을 북한 매체들은 단골 소식으로 다뤄왔다.

그런데 올해 6월 평양산원에서 태어난 세쌍둥이가 갑작스럽게 양강도 집으로 옮겨지고, 당국에서도 이를 쉬쉬했다. 그 배경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왔지만, 최근에 남편이 북한 방송 녹화 과정에서 인터뷰한 내용이 문제가 된 사실이 드러났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1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군(郡) 인민위원회 간부의 증언을 빌어 “세쌍둥이 출산 후에 평양에서 조선중앙방송 기자들이 직접 양강도로 내려와 아버지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신세 한탄과 생활 불만 사항이 나오자 이것을 문제 삼았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산모와 아이들은 평양에 있었지만, 양강도 집에 머물렀던 이 아버지는 방송에서 무엇을 말해야 할지도 잘 몰랐다”며 “세상물정 잘 모르는 농촌 사람이다보니 집 살림이 너무 어려워 임신 기간에도 잘 먹지 못했고, 앞으로 세 아기 키울 일이 막막하다는 내용을 생각 없이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터뷰는 결국 흐지부지되고 방송도 타지 못했다”면서 “대신 발언 내용이 중앙당에 보고돼 이 아버지는 배은망덕한 자로 낙인을 받았고, 산모와 세쌍둥이도 평양에서 쫓겨나듯이 돌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북한 방송 인터뷰에서는 일성으로 김씨 일가에 대한 감사 인사를 하고, 이후에 주어진 과업을 모두 달성하겠다는 결의와 다짐이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2017년에 입국한 한 탈북민은 “요새는 북한 주민들도 세상 살기 어렵고 국가에 대한 불평도 대놓고 이야기를 하는 세상이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그런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인터뷰 전에 교양을 제대로 하지 못한 간부들도 문제고, 평양에서 체제 찬양만 하던 방송국 사람들도 고지식해서 현실을 너무 모른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산원을 퇴원하면서 아들과 딸에게 주는 은장도와 금반지 선물도 없었고, 이후 의료나 공급 혜택도 일절 받지 못하고 있다.

영문도 모르고 평양산원에서 퇴원 조치돼 집으로 돌아와 오히려 당 기관의 비판 대상이 되자 산모는 상당히 낙담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세쌍둥이가 태어난 집 인근 주민들은 산모가 평양으로 올라갈 때는 덩달아 산골 군이 흥할 징조라며 기뻐했는데 이제는 아이들 앞날이 불쌍하게 됐다고 동정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