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연시 돈 이관 브로커 형제, ‘간첩’으로 몰려 보위부 체포

김정은 삼지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사진으로 공개한 삼지연시 전경.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 양강도 삼지연시에서 중국산 휴대전화로 한국과 통화하며 돈을 이관해주는 브로커로 활동해오던 주민 2명이 보위부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3일 데일리NK에 “삼지연시에서 불법 중국 손전화기로 남조선(한국)과 통화하며 돈을 이관해주는 일을 하던 브로커 2명이 동네 주민들의 신고로 보위부의 도청을 당했다”며 “결국 이들은 지난달 13일 체포돼 현재 예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보위부에 체포된 주민 2명은 형제지간으로, 삼지연에 새로 건설된 아파트로 옮겨온 뒤 이곳에 사람들을 불러들여 일을 벌이다가 동네 주민들의 눈에 띄면서 보위부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무엇보다 이들은 몇 년 전에도 돈 이관 브로커로 활동하면서 불법 전화기 사용 단속에 걸려 각각 3년과 1년의 교화형을 받은 전력이 있는 인물들로 알려졌다. 그러나 형기를 마치고 교화소에서 출소한 후에 생계를 유지할 수단이 마땅치 않자 다시 브로커로 일하기 시작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이들은 다른 돈 이관 브로커들보다 돈을 적게 받고 심부름을 해주는 것으로 소문이 나 있어 유달리 집에 낯선 손님들이 많이 드나들었다”며 “결국 인민반장과 동네 주민들이 이를 수상하게 여겨 보위부에 신고하게 되면서 붙잡히고 말았다”고 말했다.

실제 보위부는 신고를 받은 뒤 며칠에 걸쳐 이들 형제의 집을 감시하고, 통화 내용을 도청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지난달 13일 저녁 8시쯤 그들이 한국과 전화하는 것을 확인하고 급습해 두 사람을 체포했다는 전언이다.

특히 당시 보위부는 형제의 집에 있던 전화기를 압수했는데, 그 전화기에는 한국에 있는 사람과 주고받은 문자, 사진, 동영상이 그대로 남아 있어 두 사람이 빼도 박도 못하는 현장 증거로 간첩으로 몰리게 됐다고 한다.

소식통은 “원래 남조선과 전화한 이력이나 보낸 사진과 동영상은 그 자리에서 즉시 지우곤 하지만 이날은 보위부가 갑자기 달려들어 어쩔 새 없이 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결과적으로 이들에게서 돈을 이관받은 주민들까지 보위부에 끌려가 취조를 받게 됐는데 그중 어떤 주민들은 조사받는 것이 골치 아파 아주 자취를 감춰버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주민사회 내에서는 보위부에 붙잡힌 이들 두 형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방역 기간에도 많은 주민을 집에 끌어들여 무질서를 조성하고 당국이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영락없이 정치범으로 취급돼 관리소(정치범수용소)에 가게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