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설비와 자재 군수-민수 구별없다”

미국이 화학무기용 물질과 핵 프로그램에 유용한 물질의 북한 반입을 저지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 북측이 이를 정면 부인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개인필명의 논평을 통해 “우리 나라는 ‘화학 및 핵관련 물질’을 비법(불법)적으로 반입한 것이 전혀 없다”면서 “미국이 그 무슨 ‘단속 처리(반입 저지)’하였다고 하는 것은 우리나라 인민경제 여러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설비와 자재 품목에 속하는 것들”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출범 2주년 기념식에서 “미국은 PSI를 통해 지난 9개월 사이에 두 차례에 걸쳐 화학무기용 물질과 핵프로그램에 유용한 물질의 북한 반입을 저지했다”고 밝혔다.

이번 노동신문 논평은 북측이 라이스 장관의 발언 이후 10여일만에 반응을 보인 것으로, ‘화학 및 핵관련 물질’의 반입 시도 주장에 대해서는 부인했지만 ‘경제관련 물질’의 반입에 미국의 저지가 있었음을 공식 확인한 셈이 됐다.

특히 이날 논평은 “과학기술과 생산력 발전이 높은 경지에 이른 오늘, 군수공업분야와 민간공업에 쓰이는 설비와 자재는 특별한 구별이 없다”고 밝혀, 그 물질의 속성을 짐작케 하고 있다.

곧 그것이 ‘화학무기용 물질과 핵 프로그램에 유용할 물질’로 판정될 수도 있고 ‘인민경제 여러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설비와 자재 품목에 속하는 것들’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측이 라이스 장관의 발표 뒤 외무성 등 당국이 직접 나서지 않고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미국의 주장을 비판한 점도 그 물질의 ‘애매모호한 속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관련, 외교통상부는 “작년 5월 북한이 태국의 한 화학회사를 통해 화학무기용으로도 전용이 가능한 시안화나트륨(sodium cyanide) 70t을 수입하려다 현지 수사당국에 의해 제지를 받은 사건이 2건 중의 하나일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이날 노동신문 논평은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PSI에 참여했거나 지원하는 60여개국 외교사절을 초청한 자리에서 ‘애매모호한 성질’의 물질을 단정적으로 ‘화학무기용 물질과 핵프로그램에 유용한 물질’로 규정한 데 대해 논리적으로 반박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아울러 라이스 장관이 PSI의 성과를 열거한 것에 대해 “북한에 대한 제재와 봉쇄를 더욱 강화하고 나아가 (화학ㆍ핵물질 등의) 비확산을 구실로 핵선제공격을 단행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라고 규정하며 미국을 비난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

노동신문 논평은 “미국과 일본이 한때 우리나라가 어린이용 완구를 비롯한 수입품들에서 전자장치와 베어링 등을 분해해 미사일과 탱크 제작 등에 이용한다고 역선전을 한 바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