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남한정가 ‘무정쟁의 해’ 비난

<노동신문>은 1월 29일자 ‘조소와 규탄의 대상’이라는 제하의 논평을 싣고 최근 한나라당이 올해를 ‘무정쟁의 해’ 선언과 관련, 한나라당을 집중 비난했다. 북한은 필요에 따라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난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다음은 논평요약.

<요약>

– 남조선에서 인민생활을 망쳐놓는 장본인도 ‘한나라당’이고 무지막지한 정쟁으로 정국을 혼란시키는 당사자도 바로 이당 패거리들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 남조선 인민들은 지난해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민생법안’들은 왼눈으로도 보지 않고 ‘4대 개혁법안’처리를 막기 위해 욕질과 몸싸움 등 집단적인 ‘정치파업’으로 국회를 마비시킨 이 당의 죄악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 실지로 권력욕에 들뜬 이 당 패거리들은 17대 첫 정기 ‘국회’가 열리자말자 시종일관 ‘개혁법안’들을 들고나온 집권세력에 대한 ‘색깔론’공세를 벌이면서 국회에서 난동을 부려 정국혼란만 야기시켰다. 결과적으로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어야 할 예산안을 비롯하여 900여건의 시급한 민생법안들이 한나라당 패거리들의 방해로 거의 처리되지 못한 채 임시국회로 넘어가게 되였다.

– 지금 한나라당이 그 무슨 ‘당명개정’이니 뭐니 하며 부산을 피우지만 남조선 인민들은 그에 대해서도 침을 뱉고 있다. 이 당이 벌여놓은 ‘당명응모’에 남조선 인민들이 ‘청개구리’ ‘무반당’ 등으로 해야 한다며 이 당을 조롱하고 야유한 것은 그것을 잘 말해준다.

<해설>

북한이 연일 여당과 야당을 번갈아 가며 비난의 도수를 낮추지 않고 있다. 북한이 이번 ‘무정쟁’과 ‘민생안정’을 가지고 한나라당을 비난한 것은 올해 들어 한두 번이 아니다. 북한은 한나라당을 옛 유신정권에 뿌리를 둔 극우익보수세력으로 주적(主敵)이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북한의 이런 비난은 틀에 짠 것처럼 주기성을 띠고 있다. 오늘은 한나라당, 내일은 열린당을 비난한다. 김정일은 2002년 현 한나라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불미스러운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한반도의 상호협력과 상호공존의 시대를 약속한 바 있다.

북한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번갈아 비방하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크게 봐서 대남적화노선의 일환으로 여야를 한번씩 두드려 보는 데 목적이 있다. 남한 내부를 흔들어놓자는 것이다.

최근 북한이 여당과 야당을 막 두드리는 것은 올해 자기들이 내세운 이른바 3대 공조에 남한이 동참하지 않기 때문이다. 열린당의 국가보안법 폐지안이 자기들의 바라던 대로 안되자 북한은 ‘줏대 없는 당’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김정일은 현 한나라당 대표와의 만남을 보수세력들과도 어떤 화해의 무드를 조성하는 것처럼 제스처를 연출했다. 그러다가 지금에 와서 욕을 해대는 것은 낡은 양면수법이다.

남한의 정치는 남한의 정치가들이 할 일이다. 정당의 정치활동은 그 사회의 성격에 영향을 받는다. 공산주의 마르크스 이론에도 ‘투쟁이 있는 곳에 발전이 있다’고 했다. 투쟁이 없으면 흐르지 않는 물과 같이 썩고 부패한다. 북한은 내부가 평정되고 수령-당-대중이 똘똘 뭉쳐 잘 도는 것 같지만 이미 흐르지 않는 물과 같이 변질됐다.

북한에는 찬반의견이 있을 수 없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는 남한의 국회와 같은데, 어떤 의제를 토의할 때는 회의석상 중앙에 앉아있는 김정일이 하는대로 따라 한다. 김정일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증을 들면 들고, 내리면 내린다.

한때 우리 아버지도 지방 대의원을 했었다.
어느 날 일제시기부터 살아온 큰 아버지가 집에 와서 아버지에게 하시는 말씀이, “자넨 우리나라 법에 대해 잘 알겠구먼, 법은 어디에서 만드나?”
“아, 거야 당연히 최고인민회의에서 결정하지요”
“그럼 지지토론은 어떻게 하나?”
“그건… 회의 전에 먼저 연습시키는데, 사회자가 대의원증을 들라면 들고(찬성), 내리라면 내리고, 박수 치라면 치면 돼요.”
“그럼 법을 가지고 좋다, 나쁘다 토론은 안 하나?”
“하, 별걸 다 신경 쓰시네요. 당에서 좋다면 다 좋은 거지요”

이것이 남과 북의 정치단면이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