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간 공조’에 큰 비중

북한이 평양에서 열린 6ㆍ15 민족통일대축전(6.14∼17)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정동영 통일부장관의 면담에 대해 남북 ‘당국 간 공조’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김 위원장이 정 장관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만난 것은 남한 당국의 민족공조의지에 대한 신임의 표시이며, 앞으로 남북관계 발전과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당국 간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 통일대축전에 진보와 중도, 보수를 표방하는 각이한 단체대표들이 참석한 데다 최초로 당국 대표단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 행사를 치렀다는 점을 들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민족공조 문제는 남ㆍ북ㆍ해외대표단이 15일 채택한 민족통일선언문에도 반영돼 있다.

5개 항으로 된 선언문은 “6ㆍ15 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하는 기본방도는 동족 사이에 공조를 실현하는 데 있다”면서 “우리는 민족공동의 이익을 첫 자리에 놓고 당국 사이, 민간 사이의 공동보조를 도모하고 연대를 강화하며 다방면적인 협조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명시했다. 당국 간 공조가 민간공조보다 앞 자리에 놓인 점이 눈에 띈다.

이와 관련, 북한은 민족통일선언을 철저히 관철해 나갈 것을 촉구하면서 이 선언의 실현을 위해 ‘6ㆍ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ㆍ북ㆍ해외 공동행사준비위원회’를 확대 발전시킨 6ㆍ15공동위원회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과 관계 속에서 남북 당국 간 공조를 중시하는 북한 입장은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에서도 나타난다.

조선신보는 17일 ‘6ㆍ15 통일대축전의 성공과 북남관계의 행방’이라는 제목의 평양발 기사에서 통일대축전은 당국이 민간에서 배우고, 민간이 당국을 고무 격려하는 민족회합의 장이었다며 6ㆍ15 공동선언의 서명자이며 이행의 직접적 담당자인 남북 당국 간 공조 실현의 중요성을 거론했다.

신문은 “오늘의 핵위기는 민족문제에 대한 미국의 간섭을 합리화하는 구실로 작용하고 있다”며 남측이 미국의 대북 핵위협을 외면한 채 북한의 ‘자위적 핵 억제력’만을 문제 삼는다면 민족공조는 구호로 그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신보는 또 20일 김 위원장이 정 장관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접견한 것은 “남측 당국의 민족공조 의지에 대한 뜨거운 신임의 표시”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미국이 대북 압살정책을 강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수개월 간이 북남관계의 전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로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남북이 민족의 자주의식을 다시금 가다듬고 공동보조를 취해 나간다면 정세의 주도권을 틀어쥐고 조성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남측에 민족공조를 강력히 촉구하는 의도는 핵문제 등과 관련해 남북관계를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공동행사 북측 분비위원회 김정호 부위원장은 지난 17일 인터뷰에서 한ㆍ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평이하게 나왔다는데 남측 정부가 민족공조의 입장에서 더 적극적으로 미국에 할 소리를 해 줬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