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동력 ‘급감’..美대선 핵심변수

북한과 미국간 핵 검증합의와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발효가 단행된 지 21일로 열흘이 지났지만 조속히 개최된다던 6자회담 일정도 확정되지 않는 등 북핵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게다가 일본이 자국인 납북문제를 이유로 끝내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 대가로 제공되는 경제.에너지 지원에 동참하지 않기로 했고 일본을 대신해 지원을 제공할 나라를 6자회담 참가국 밖에서 찾을 수 밖에 없게 되면서 6자회담의 틀이 변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북.미가 합의한 핵 검증합의서를 채택하기 위한 6자회담도 이번 주말 베이징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11월4일 미국 대선 등 일정을 감안하면 미 대선이 끝난 뒤에야 열릴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정부 당국자는 21일 “중국이 24-25일로 예정된 ASEM에 주력하고 있으며 6자회담 개최는 시간을 갖고 잡으려는 것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 국무부 로버트 우드 부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중국이 조만간 회담과 관련한 발표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면서 “그 전에 회담 준비를 위한 회의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6자회담 의장국 중국의 외교일정을 감안해 6자회담은 시간을 두고 열더라도 그 전에 실무급 회담을 열어 협상의 동력을 유지하자는 속내가 느껴진다.

일각에서는 미국측 6자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조만간 다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제3국에서 만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6자회담이 예상처럼 미 대선 이후 열릴 경우 6자회담 국면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누가 당선되는 지에 따라 북핵 문제에 대한 입장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도 직접 만나 담판을 벌이겠다는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면 협상파인 힐 차관보가 주도하는 현재의 협상구도가 힘을 받게 될 수 있다. 다만 북한이 더 나은 협상여건을 위해 시간끌기를 할 것이란 분석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반대로 보수성향의 공화당 매케인 후보가 대선전에서의 열세를 딛고 역전에 성공할 경우 현재의 북.미 합의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매케인 후보 진영은 힐 차관보가 주도한 북미 검증합의에 대해 ‘완전하고 정확한 검증’ 원칙이 훼손됐다고 비난하고 있다.

6자회담이 열리더라도 검증의정서 채택은 또 다른 문제다. 만약 북.미가 합의한 내용을 추인하는 선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북한이 딴 소리를 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이 때문에 의장국 중국은 북.미 양측에 10월 1∼3일 평양에서 합의한 내용을 확실하게 문서로 정리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6자회담 개최 이후에 양측의 신경전이 재연되고 검증의정서 채택이 무산되면 6자회담에 미칠 부작용을 우려해서다.

북.미 양측의 6자 수석대표간 회동이 거론되는 것도 중국의 주문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여기에 일본이 납북자 문제를 명분으로 검증의정서 채택에 반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에너지 지원에 동참하지 않기로 한 만큼 다음 카드가 뭐가 될 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다.

북한도 일본을 향해 ‘6자회담에 참가할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에 자칫 북한과 일본의 신경전이 전체 협상국면을 손상시킬 가능성도 있다.

외교소식통은 “북한과 미국간 검증합의가 이뤄졌지만 후속 조치가 이어지지 않으면서 협상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면서 “검증의정서 채택이나 에너지 지원 대안 마련, 2단계 일정 확정 등 어느 것하나 간단치 않은 과제를 앞두고 있고 복잡한 관련국들의 입장과 미국 대선 결과 등에 따라 북핵 전망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