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제와 오늘] 총비서 추대…김정은 체제 불안정 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열린 제8차 노동당 대회 6일 차 회의에서 당 ‘총비서’로 추대됐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1일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2021년 1월 10일. 북한 엘리트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북한 경제 일꾼 개혁파의 수호자로 보였던 박봉주는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과 함께 강등당했고 조용원 등을 비롯한 인물이 파격 승진하였다.

그러나 필자는 전체 당 8차 대회의 소식 중 가장 충격적인 것으로 김정은의 직책의 변화를 들고 싶다. 당 위원장이었던 그는 당 총비서가 되었다. 본 칼럼에서 이는 김정은의 최대 실수라는 점을 짚을 것이다.

북한의 사상적 전통 중에 하나는 최고지도자 사망 시 후계자는 모든 직책을 승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대는 어느 직책에 ‘영원히’ 남는다는 식이다. 김정일은 부친 김일성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영원한 주석’으로, 김정은은 부친 김정일을 ‘조선노동당의 영원한 총비서’ 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의 영원한 위원장’으로 선포하였다. ‘위대한 김정일동지를 우리 당의 영원한 총비서로 높이 모시고 주체혁명위업을 빛나게 완성해나가’라는 김정은의 연설도 존재하는 상황이다.

북한학 연구자는 대체로 김씨 일가의 정권이 유지되는 한 김정일이 이 ‘영원한’ 직책을 상실할 수 없다고 평가해왔다. 북한 국가 사상의 핵심 교리 중의 하나가 ‘최고 지도자는 전임자들에게 무조건 충실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역시 김정일은 이 규칙을 위반한 적이 없고 자신을 항상 ‘위대한 수령님의 겸손한 병사’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김정은은 집권 이후 이 같은 충실한 계승자의 모습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때때로 보여주었다. 김일성 사후 김정일의 정책과 김정일 사후 김정은의 정책을 보면 차이가 분명하다. 김정일은 부친 사망 후 3년의 애도 기간을 선포하였고 그 동안 새로운 직책에 승계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정은은 부친이 사망한지 2주도 안 돼 군 최고사령관이 되었다. 그리고 김일성 사망에 대한 김정일의 연설들과 비교하면 김정일의 사망에 대한 김정은의 연설들은 훨씬 피상적이고 형식적이었다.

전임자의 ‘영원한’ 직책에 대한 정책도 보면 김정은은 사망한 부친과 ‘경쟁’하는 것 같이 보인다. 2012년에 김정은은 자신에게 국방위 제1위원장을 부여했다. 즉, ‘영원한 위원장’ 김정일보다 높은 직위를 얻었다. 당시 이 결정이 ‘치명적 실수’라고 지적하는 연구자가 나오기도 했다.

2016년에 김정은은 비서국과 국방위원회를 해산시켰고 대신 정무국과 국무위원회를 내놨다. 즉, 김정일은 존재도 하지 않는 비서국과 국방위원회의 상징적인 ‘지도자’가 되었다. 그리고 2021년 현재 김정일의 ‘영원한’ 재임 시대도 막을 내렸다. 김정은이 아버지 대신 자신을 총비서로 선포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그림 형제들이 쓴 동화(童話)에 ‘영원은 몇 초인가’라는 유명한 질문이 나온다. 북한의 상황에서 비추어 그 질문에 답을 해보자면, 김정일이 영원한 총비서가 된 2012년 4월 11일부터 김정은이 이 직책에 승계한 때까지 2831일 가량이라고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영원은 생각보다 매우 짧은 기간인 셈이다.

각설하고, 북한 사람들이 이 소식을 어떻게 받아드릴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지난 8년 동안 북한 관영 선전매체는 북한 주민들에게 김정일이 ‘영원한 총비서’라는 선전을 지속하였다. 노동신문(2020년 9월 15일자)은 부친을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한 김정은을 찬양한 적도 있다.

이제 북한 매체는 김정은을 호칭할 때 ‘조선로동당 총비서’라는 말을 쓸 것이고 이는 ‘당 영원한 총비서=김정일’과 모순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자연스럽게 ‘위대한 장군님게 충성하는 김정은 동지’라는 선전은 신뢰성이 추락할 것이다.

또한 김정은 총비서 추대에 객관적인 사유도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2010년대 초반에 했던 일부 개혁의 취소, 중국식 개혁 결사 반대 등은 체제 유지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정책은 틀리더라도 논리가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총비서 추대는 김정은의 교만으로만 설명될 수 있다. 북한 국가 사상의 근본에 간섭할 다른 이유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제 김일성과 김정일처럼 자신을 대원수로 승진시키거나 공화국 주석이 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만일 향후 북한에서 정변이 일으킨다면 새로운 집권자는 김정은을 공격한 이유를 주민들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이 ‘위대한 장군님’을 모욕했다”고 말이다.

전문가들은 ‘북한 지도부는 바보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북한 외 사회주의 정권들은 예외 없이 무너지거나 개혁의 길로 갔고, 북한만 초(超)스탈린주의 정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김정은은 역시 부친 또는 조부와 전혀 다른 인물이다. 예측하기도 쉽지 않고, 조작에도 능숙해 보인다. 다만 이런 독재자가 다스리는 체제의 안정성도 쉽게 보장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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