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제와 오늘] 舊 사회주의권 국가 영부인과 리설주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인 리설주가 평양 만수대 예술극장에서 중국 예술단의 발레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2018년 4월)/사진=연합

북한 김정은 시대에 등장한 인물 중에 단연 눈에 띄는 건 다름 아닌 부인 리설주다. 리설주는 선대 김정일의 배우자들은 물론 김일성의 부인 김정숙이나 김성애보다 공개 매체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4월 ‘존경하는 녀사’라는 호칭까지 받았다.

지난해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에 북한 노동신문은 1면에 ‘수령님(김일성)’의 초상화 대신 중국 대표팀을 만나는 김정은을, 그리고 2면에 리설주가 중국 외교관들을 만난 사실을 전했다.

이 같은 보도 방식에서 우리는 2가지를 짐작할 수 있다. 즉, 중국이 북한에 그만큼 중요한 존재라는 점과 이제 김정은뿐만 아니라 리설주도 김일성보다도 부각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조선중앙TV에도 리설주가 김정은 없이 중국 팀을 만났다는 이례적인 보도도 나왔다.

한국 매체들은 리설주의 등장을 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북한이 정상적으로 나라의 이미지를 보여 주고 싶어한다’는 논조다.

그렇다면 전(前) 사회주의권의 영부인들에 대해 언론과 인민들은 어떤 입장을 견지했을까. 일반적으로 매체에 자주 등장하고 특히 어떤 공식 직위를 받았던 영부인들은 존경은 커녕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동독 에리히 호네커 서기장의 배우자이자 동독 인민교육상이었던 마곳 호네커의 별명은 ‘보라색 마녀(die lila Hexe)’였다. 호네커 영부인은 머리를 보라색으로 염색했기 때문에 생긴 호칭이었다.

또한 루마니아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의 배우자이자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자’로 찬양을 받았던 엘에나 차우셰스쿠의 별명은 ‘코도이(Codoi)’였다. 국가 화학연구원 원장이었던 그는 이산화 탄소(CO2)의 올바른 명칭도 몰라 ‘코도이’라고 오칭하는 실수를 범했다. 여기서 ‘도이(doi)’는 루마니아 말로 숫자 2를 뜻한다.

중국 마오쩌둥(毛澤東)의 배우자이자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이었던 장칭(江青)의 별명은 ‘백골 귀신’(白骨精)이었다. ‘백골 귀신’은 명나라 시대의 소설 ‘서유기(西遊記)’의 등장인물인데, 중국 인민이 그에게 이 호칭을 붙인 이유는 단연 장칭의 무시무시한 성격 때문이었다.

소련 서기장의 영부인들은 주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소련 역사에 대한 큰 관심을 갖는 독자라도 할지라도 니나 흐루쇼바, 비크토리아 브레즈네바, 안나 체르넨코의 이름을 들어보지 않았을 것이다.

외교 규칙에 따르면 영부인이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행사가 있다면, 소련공산당 서기장들은 자기 배우자 아닌 초대 여성 우주인 발렌티나 테레시코바를 초대하곤 했다.

이 전통을 없앤 사람은 다름 아닌 미하일 고르바초프였다. 하지만 그의 배우자인 라이사는 바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아무 업적이 없는 영부인이 권력이나 찬양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주민들은 판단했던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일이 봉건주의 사회에만 있을 수 있다는 교육을 받았던 사람들은 반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최근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딴따라’ 리설주에 대한 반감이 늘고 있다고 한다. 정보를 철저하게 차단당했던 주민들이 권력자의 내막을 스스로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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