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국제영화제 내달 1일 개막… “체제실체·사회변화에 주목”

북한인권국제영화제 개막작 ‘딸러 히어로’ 스틸컷. /사진=북한인권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제공

북한 체제 실체와 사회변화의 흐름을 다룬 영화를 소개하는 제9회 북한인권 국제영화제가 내달 1일부터 사흘간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개최된다.

이번 영화제는 한국, 미국, 독일 등 6개국에서 출품된 14편의 작품이 선보일 예정이다.

안경희 북한인권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29일 데일리NK에 “이번 영화제는 북한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며 “북한 사회의 밑바닥, 장마당에서부터 시작한 주민들의 삶과 인식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영화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안 프로그래머는 이어 “분단 이후 70여 년간 북한 사회를 공고하게 떠받치고 있는 힘이 무엇인지에 조명하는 영화도 볼 수 있다”며 “북한 정권을 떠받치고 있는 프로파간다의 실체를 외국 감독들의 시선으로 보여 줄 것이다”고 설명했다.

북한인권국제영화제 개막작 ‘딸러 히어로’ 스틸컷. /사진=북한인권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제공

개막작, 北 해외 노동자들 실태 다룬 ‘딸러 히어로’…관련 탈북자 만남 기회도 마련

영화제의 개막작은 북한 해외파견 노동자들의 외화벌이 실태를 다룬 ‘딸러 히어로’가 선정됐다.

‘딸러 히어로’는 러시아, 중국, 유럽에 나가 외화벌이를 하는 북한 노동자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로, 이를 위해 20여 명의 독일, 폴란드, 러시아, 한국 출신 기자들은 3년여간에 걸쳐 현장을 직접 취재하고 기록했다.

특히 주최 측은 개막작 상영이 끝난 후 취재에 참여한 프로듀서와 러시아에서 외화벌이 노동자로 일하다 6개월 전에 입국한 탈북민과 함께 하는 ‘관객과의 대화’를 마련했다.

북한인권국제영화제 출품작 ‘평양, 예술의 기술’. / 사진=북한인권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제공

北 장마당 세대가 만드는 변화에 주목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를 일컫는다. 이들은 디지털 기기와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두루 접하면서 자신의 선택과 결정을 우선시하고 기성의 불합리함을 강하게 거부하는 특성을 지닌다.

북한에도 이런 밀레니얼 세대와 유사한 인구집단이 있다. 바로 ‘장마당 세대’다. 이들은 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 국가 배급망에 의존하지 않고 시장경제 속에서 성장했다. 이 때문에 기존 세대와는 달리 사회에 대한 충성심이 높지 않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이들은 다양한 미디어 기기를 통해 외부 정보와 문화를 접하고 즐기는 데도 익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북한인권국제영화제에는 이런 북한판 밀레니얼 세대에 주목하는 영화도 상영될 예정이다.

주최 측은 “고난의 행군을 거쳐 자본가로 성장한 밀레니얼 세대들이 북한의 경제를 변화시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마당 세대’와 추상예술이 없는 북한에서 서구 현대 미술과 북한 예술과의 교류 과정을 담은 ‘평양, 예술의 기술’이 상영될 것이다”며 “이번 영화제는 북한 사회와 주민들의 삶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을 두루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북한인권국제영화제 출품작 ‘뷰티풀 데이즈’. /사진=북한인권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제공

다양한 시선으로 국내 정착 탈북민의 삶 조명

최근 탈북 모녀 아사 사건을 계기로 이들의 국내 정착실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이번 북한인권국제영화제에서도 관련 영화가 상영된다.

안 프로그래머는 “이번 영화제에는 탈북민의 이야기를 젊은 감독들의 다양한 시선으로 담아내는 작품도 있다”며 “분단이 나은 ‘이산(離散)’이라는 주제를 다양한 방식과 각도에서 다룬 영화들도 여럿 선보일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인권, 탈북민, 이산이라는 주제를 바라보는 세계의 다양한 감독들의 시선과 메시지를 보고들을 기회가 될 것이다”며 “관객들 역시 영화를 통해 감독들의 의도와는 또 다른 측면으로 생각해 보면서 현실을 보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영화제에는 개막작 ‘딸러 히어로’ 이외에 강원도에서 머구리(잠수부)로 살아가는 탈북자 가장의 삶을 담은 ‘올드 마린보이’, 중국 시골에 강제로 팔려 간 탈북 여성들의 삶을 드라마로 완성한 ‘뷰티플 데이즈’ 등이 상영될 예정이다.

제9회 북한인권국제영화제 상영시간표. /사진=북한인권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