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사람도 점 본다

▲ 최근 평양 시민들 사이에 무당굿이 성행하고 있다.

점, 궁합, 사주팔자…. 세대를 막론하고 누구나 한번쯤은 봤을 법하다. 자신의 운세를 상담하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몇 년 전에는 ‘사주카페’라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북한에도 ‘점’이라는 것이 있을까?

물론 있다. 우리나라의 ‘전화 운세상담’, ‘인터넷 점’, ‘사주카페’ 정도는 아니지만 북한에도 ‘점쟁이’가 존재하고 ‘부적’을 만드는 사람까지 있다.

북한은 모든 종교가 엄격히 금지돼 있어 점을 보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북한사람들은 1년에 한번씩 꼭 점을 볼 정도로 성행하고 있다.

사실 1990년대 초만 해도 북한에서 점을 본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던 일. 김일성을 유일신처럼 모셔야(?) 하는 북한에서 미신을 믿는다는 것은 ‘반역죄’에 가깝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때에도 ‘몰래’ 점을 보는 사람은 있었다.

하지만 식량난이 심각해지기 시작한 1995년 이후부터는 점을 보는 일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는 95년까지 30여명이었던 점쟁이들이 96년 이후 100여명으로 늘어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북한사람들이 점을 가장 많이 보는 시기는 연말연시. 하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있거나 결혼, 장사 등 크고 작은 일이 생길 때마다 점을 본다.

점을 보고 난 후 ‘복채’를 주는 것은 당연한 일. 궁합은 북한 돈 100원(2003년 기준) 정도이지만 일반 주민 월 평균 소득의 몇 배를 웃도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쌀, 돼지고기, 술, 생선 등으로 이를 대신한다. 일반적으로 한번 점을 보는 데는 옥수수 한 되(1.5kg) 정도가 필요하다.

점쟁이들은 소문을 통해 그 실력이 전해진다. 유명한 점쟁이들은 점점 소문이 나 돈을 잘 벌게 되지만 인민보안성(남한의 ‘경찰’에 해당하는 곳)의 감시를 받게 된다. 점을 봐주다 신고를 당하면 인민보안원들이 달려와 잡아가지만 대부분 종교가 아닌 ‘생계’를 이유로 들어 처벌을 면할 수 있다.

덕천의 어느 유명한 점쟁이는 자기를 잡으러 온 안전원들의 관상을 보고 과거를 정확히 알아맞히는 바람에 안전원들이 오히려 점을 보려고 했다는 에피소드가 전해지기도 한다.

2004년 이후 평양에서는 무당을 불러 굿을 하는 일이 성행하고 있다. 요즘은 웬만한 고위간부 집에서 굿판이 일어나는 것은 더 이상 비밀도 아니라고 한다.

북한당국은 “사회주의 미풍양속을 해치는 점, 궁합, 사주팔자 등을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며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워낙 사회 깊숙이 파고든 데다 주민들도 교묘히 단속을 피해가고 있어 쉽게 근절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북한에서 점이 유행하는 것은 경제가 어려워지고 굶어죽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고 안정을 찾고 싶어하는 심리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송아 대학생 인턴기자 ksa@dailynk.com